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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활 담화문


       누가 무거운 돌을 치워줄 것인가? (마르코 16,3 참조)

생명의 기운을 감지하는 이 계절에 우리 신앙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모든 교우,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여러분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가득 받으시고 기쁜 부활 축일을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난 40일 동안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인간의 운명에 대해 깊이 묵상했고, 고행과 보속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면서 그분의 부활을 기다려왔습니다.

 

1. 사순 - 죽음의 연습
이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되새기고, 그분의 부활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기간입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자기 절제입니다. 자기 절제는 하느님의 자리와 이웃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를 뒤로 물러나게 하는 태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중심에서 벗어나게 하여 대신 하느님과 이웃을 중심에 모시는 자세가 필요 합니다. 나를 물러서게 하는 겸손이 요구 됩니다. 이 태도를 우리는 자아 포기 또는 자기 비움으로 달리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또한 회심이기도 합니다. 회심은 마음과 생각을 바꾸어 발상을 전환하여 기존하는 모든 것에서 나를 해방시켜 자유롭게 만들고, 그 자유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투신하도록 이끌어 주는 힘입니다. 이 힘은 그것이 구체적으로는 단식이나, 금육, 양보, 희생의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그 핵심에는 언제나 사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사랑의 힘은 나를 죽여 너를 살리는 힘으로 작용 합니다. 이 사랑의 힘은 부단하게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사랑은 나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 그리고 너 중심의 삶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나를 지우고 하느님과 이웃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사순 시기는 이 죽음의 예행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시간이고, 그 결과 부활의 축제를 생동감 넘치는 축제로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시간입니다.

 

2. 부활 - 생명의 축제
부활은 전대미문의 승리, 곧 하느님의 어린양이 인간의 늑대보다 더 강하고, 하느님의 빛이 어둠보다 더 강하고, 죽음에서 부활하신 분의 거룩함이 세상의 죄보다 더 강하며, 생명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기리는 축제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을 부활의 사람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자신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막았던 돌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가져다주는 짐, 실패한 사람들이 겪는 아픔과 슬픔의 짐, 절망과 좌절이 가져다주는 짐을 지고서 고달프게 살아갑니다. 우리의 삶이 위험한 경계에 이르게 되면 무엇이 우리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묻게 됩니다. 이 물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늘 만나는 물음입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은 바로 생명의 복음입니다. 예수께서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오셨습니다(요한 10,10 참조). 그분은 생명의 하느님이시고, 생명을 죽이려고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살리려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으로 부름을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생명으로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는 것을 의미하고,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 무한하고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에 동참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거룩하고 존엄하고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그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끝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이라도 거룩하지 않고 존엄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생명이십니다(요한 1,4 참조). 하느님은 죽임 대신 살림을 본질로 하는 분이시고,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만 고집하지 않고 나누어주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주기 위해 육화하셨고,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셨습니다. 모든 존재들이 생명을 누리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입니다. 길, 진리, 생명이신(요한 14,6)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참으로 사랑한다면 생명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죽음의 물결에 편승하고 반생명의 유행에 휩싸여 흘러갑니다. 힘없는 생명을 보호하지 않고, 지키지도 않고, 죽어가는 생명을 외면하고, 생명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는 거룩한 생명에 대해서마저도 과학 기술의 이름으로 개입하여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파괴하고 심지어는 생명을 상품화시키고 있습니다. 생명을 목적으로 삼지 아니하고 수단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곳곳에서 생명이 경시되고 무시되는 현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일상화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화는 점점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거스르는 일련의 범죄 행위들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를 처벌하지 않으려는 입법의 모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무거운 짐에 짓눌려 고달프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을 돌보는 것은 단지 교회에 맡겨진 직무일 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위임된 사명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아벨은 고문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 안에서, 온갖 억압, 착취, 수탈과 차별을 받으면서 일그러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웃들 안에서, 폭력과 테러로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이웃들 안에서, 곳곳에서 자행되는 살인과 살육을 통해 희생당하는 이웃들 안에서, 비록 맞아 죽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병든 사회 구조의 희생물로서 억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웃들 안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은 우리가 외면하고 얼굴을 돌려야 할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으로 감싸고 가슴에 품어서 안고 가야 할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하느님 없이 살아온 삶의 비참으로부터 해방되어 행복을 가져다줄 하느님과 더불어 사는 삶으로 초대해야 할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3. 부활의 삶
하느님께서 나누어주시는 생명은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안고 있는 번뇌와 슬픔을 극복하게 해주는 영원한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에게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주시기 위해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이로써 생명은 생명을 필요로 하고, 생명이 생명을 살린다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나의 생명을 넘어 너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하느님의 존재 방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아 인간의 생명을 살리시는 존재 방식을 보여주심으로써 교회가 세상을 향해 선포해야 할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나누어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거부하는 세상은 참된 희망에 대한 꿈을 거부하고 배척합니다. 교회는 하느님께서 나누어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선포하고 나눔으로써 이 세상에 희망을 주는 존재 이유와 사명을 깊이 인식하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세심한 감각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죽음의 문화와 반생명의 물결에 저항하면서 생명의 회복에 투신해야 합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거부하고 배척하고서는 어떠한 행복도 희망도 꿈꿀 수 없다는 사실을 선포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포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전제합니다.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교회의 존재 방식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으신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교회가 자신의 존재 방식으로 삼을 때 세상은 비로소 교회가 세상의 희망임을 인정하고 교회가 선포하는 기쁜 소식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언제나 생명을 선택하도록 촉구하십니다. 우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으시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우리 앞에 내놓으십니다.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고 약속하십니다.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야 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생명과 불멸의 복음을 보여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활하신 분께서 선물로 주시는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 모두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16년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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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2016년 부활 담화문(마산교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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