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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주님 부활 대축일 담화문

 

1-배기현 주교 문장.jpg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목자로서 이렇게 큰소리로 외치며 양들을 껴안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을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을 떨쳐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요 근래 교회 안에서까지 벌어진 기막힌 모습에서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서는 부활의 기쁜 소식이 절망 속에 있던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다고 전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힘들어하는 우리에게도 다시금 기쁨을 허락하시고 용서를 통한 평화를 가져다주시리라 믿으며 희망합니다.

 

 

육신의 부활

 

우리는 부활 축제를 위해 사순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는 부활의 생명은 사순절을 통해서만, 특히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의 사건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목요일에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면서 “이는 내 몸이다. 너희는 받아 먹어라.”하시며 빵을 쪼개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팔아먹고 배반하고 도망칠 것을 아시면서도 당신의 몸을 쪼개어 나누어 주신 것입니다. 성금요일에 주님께서는 온갖 수치와 모욕을 받으며 당신의 몸을 십자가에 달리게 하셨습니다. 성토요일에 주님께서는 당신의 몸이 어두운 땅에 묻혀 썩게 하셨습니다. 

그 몸이, 당신의 몸을 쪼개신 성목요일의 몸, “하느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하고 절규하며 숨을 거두신 성금요일의 몸, 회칠한 무덤 속에 누인 성토요일의 몸이 부활하신 주님의 몸입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우리의 사멸할 몸은 근본적으로 인류를 위하여 내놓을 수 있는 몸이라는 것을, 이를 통해 부활의 빛을 발하는 몸이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셨습니다.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썩어 부패한 몸이 다시 생기를 얻어 그전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썩어 없어질 이 몸이 부활의 빛을 발한다는 것을, 썩어 없어질 이 몸으로 부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남을 위하여 죽어 없어진 몸만이 부활의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자기의 몸을 쪼개고 비운 사람만이 부활의 경지에 든다는 말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몸이 다른 이를 위하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그리스도의 몸처럼 십자가에 희생 제물로 내놓을 수 있는 고귀한 몸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미투(Me Too) 운동’으로 초대

 

지금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미투 운동’은 우리의 몸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해 줍니다. 저는 이 운동이 “나도 당했다.”를 벗어나서 “이는 내 몸이다. 너희는 받아 먹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나도!”하고 응답하는 운동으로 전개되었으면 하고 희망해봅니다. 우리의 몸이 근원적으로 다른 이를 위하고 섬기기 위해 있다는 것을 깨치는 운동으로 말입니다. 상대의 몸은 내가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몸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은 약자를 힘으로 눌러 정복하고 지배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살리기 위하여 쪼개고 희생시키기 위해 있습니다.

교회가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데도 우리 사회가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교회가 자기의 몸을 쪼개지 못해서입니다. 매일 미사를 드리면서 “내 몸이다. 내 피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미 투”하고 말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부끄러워하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합니다. 내 몸에서 진정 부활의 빛이 발하기를 바란다면, 부활 시기에 나누는 기쁨이 진심이기를 바란다면 온갖 지식과 유식한 말로 현혹할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쪼개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부활의 삶으로 초대

 

교형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처럼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자만이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순 시기에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가톨릭 성가 489)하고 노래하였습니다. 못 박히신 주님, 매달리신 주님, 못에 뚫린 손과 발, 뼈 드러난 손과 발, 창에 뚫린 심장, 거기서 흐르는 선혈, 싸늘하게 숨지신 몸을 보는 자만이 부활한 주님의 몸을 만나 뵐 수 있다고 노래한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힘없는 이, 고통받는 이, 눈먼 이, 외국인 노동자들, 죄로 인해 아파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의 슬프고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만이 부활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가 그들을 위하여 우리의 몸을 쪼갤 때 우리는 ‘큰 사랑’을 세상에 선사하며(요한 15,13 참조) 세상 어떤 것도 주지 못하는 부활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을 내어놓고 쪼갤 수 있었던 것은 인간적인 결심이나 결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결심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 뜻을 헤아리고 성령의 이끄심에 당신 자신을 맡기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을 위해 우리 자신을 내어놓고 쪼개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성령의 도우심을 청해야 합니다.

부활 축제는 성령 강림 축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부활의 삶이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오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겸손되이 의탁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2018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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