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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성탄 담화문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요한 1,14)

 

 

1. 사람이 되어 오시는 하느님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에 거처를 잡으시는 하느님께서 교구의 모든 교우들과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에게 풍요로운 은총을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는 다시금 주님의 성탄을 경축하고 자축합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고 전합니다. 우리는 요한이 전하는 이 구절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 구절이 안고 있는 엄청난 역전과 반전을 제대로 주목하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거부하고 이성에 저항하는 것으로 비난합니다.

 

하지만 요한 복음사가가 전하는 소식은 <전혀 새로운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고, 하느님만이 가능하게 하실 수 있는 사건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희생의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복음 전체가 다 담겨있습니다. 복음의 전체 내용이 이 한 문장 안에 축약되어 있습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하느님의 거처가 육화의 결과이자 동시에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사건을 인정하지 못하면 우리는 성탄이 지니고 있는 깊은 의미를 마음에 간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령의 힘으로 동정녀에게서 잉태되신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시간 안으로 들어오시어 사람이 되심으로서 새로운 인류의 출발이자 새로운 존재 방식의 출발을 알려주십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출발 선상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또한 단순히 새로운 이념, 새로운 윤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2코린 5,17)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옛 인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입기를 다짐합니다.

 

 

2.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 어머니의 사랑과 다른 이들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십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많은 경우 아기의 출생을 환영하지도 않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기가 이 세상 안으로 태어나는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가장 연약한 생명과 태어나지도 못한 생명을 짓밟으며 그것을 자기 결정권의 행사 그리고 해방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태어나야 할 아기를 경쟁자로 여기고, 우리의 자리를 빼앗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아기의 생명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위협하고 훼손하는 많은 일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성을 무디게 만드는 실용주의와 상대주의는 윤리성이 결여된 문화, 곧 생명문화의 퇴보를 가져와 아기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인간 생명과 그 불가침성에 대한 분명하고도 단호한 의지를 세상에 외쳐야 합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는 데 앞장 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완전한 의미를 밝혀주는 성탄의 참된 의미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아기를 우리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담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아기를 하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3. 거부당하는 하느님(빛과 생명)

 

인간은 존엄하고, 인간 생명은 ‘측량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 생명은 그 시작부터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연결되어 있기에 무엇보다 거룩하며 고결한 품위와 지고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며, 특별히 주님의 명에 따라 사랑의 계명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생명을 살리는 거룩한 사명을 수행합니다. 특별히 새로 태어날 생명을 간직하고 출산을 기다리는 모든 여성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말씀이 계셨고, 말씀은 하느님이셨고,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며, 그 생명은 빛이었고, 그 빛은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었으나 어둠은 그 빛을 깨닫지 못합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으나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땅에 오셨으나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풀이됩니다.(요한복음 1장 참조)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십니다. 이들은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에 거처를 잡으시는 분께서 내리시는 평화와 행복을 기원 드립니다. 오늘 거룩한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또한 생명의 원천이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생명을 사랑하고 수호하자는 주님의 뜻에 응답하여 우리 사회에서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거룩한 사명에 동참할 것을 다짐합니다.

 

낮은 자세로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면서 성령으로 인하여 아기 예수님을 낳으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을 향한 더욱 큰 사랑의 열정을 불어넣어 주시고, 모든 이의 생명을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교구가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 안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써의 역할을 다하도록 교구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교구 성숙과 발전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새해를 기쁘게 맞이하시고 늘 건안하시고 행복하시도록 기원합니다.

 

2014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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