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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담화
2012.06.11 19:24

2011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조회 수 647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로마 6,4)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새로운 생명으로 넘쳐흐르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 신앙공동체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부활하신 분께서 베푸시는 평화의 인사를 기원합니다. 지난 사순시기 동안 우리들은 금식과 재계, 기도와 자선을 실천하고 회개와 보속의 삶을 통해 주님의 부활을 기다려 왔습니다. 인내하며 준비하고 기다려온 사순시기가 있었기에 주님의 부활 축제가 가져다주는 기쁨 또한 더없이 크기만 합니다.


빈 무덤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시어 무덤에 묻히신 주님께서는 끝내 부활하셨습니다.“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요한 20,2) 라는 보고에서 주님께서는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무덤은 죽은 자만이 묻히는 곳으로 유한한 것의 종착역이며 오직 소멸만이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주님께서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은 주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음을, 즉 죽음의 지배를 받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 영원한 삶으로 건너가셨음을 의미합니다. 유한에서 무한으로, 속박에서 해방으로 건너가신 것입니다. 이는 곧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부활의 삶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주님께서는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즉 죽음을 피해 가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오히려 죽음 중에서도 가장 비참하고 수치스러운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선택하셨습니다.

지난 사순시기 동안 우리들은 여느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음식과 평소 즐기던 기호품들을 절제하였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였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단지 이웃들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근거를 발견하려고 고뇌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고통과 아픔을 선택한 이웃들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안아주려고 애썼고,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든 기울이지 않든 복음을 담대하게 선포하려고 노력했고, 세상의 유행과 물결에 휩싸이지 않고 흔들림 없이 하느님만을 붙들고 씨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깊은 통찰을 얻어,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회심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러한 삶은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와 다짐이기도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시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셨듯이 우리 역시 지난 사순시기 동안 기꺼이 단식과 희생, 금육 그리고 기도와 보속의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비록 주님처럼 물리적인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멀리하고 평소 즐기던 것들을 놓음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그 결과 더 이상 지나간 과거의 삶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부활의 삶, 즉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삶 - 탐욕에서 자유로운 삶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살아가는 새로운 삶은 이 세상의 것에 매여 사는 삶이 아닙니다. 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넘어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입니다.“그러므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는’새로운 삶은 여러 가지 모습이 있겠지만, 저는 구체적으로 탐욕에서 자유로운 삶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그러므로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특히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곧 우상 숭배입니다.”(콜로 3,5 참조)


지난해 11월 시작하여 수개월동안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은 인간의 탐욕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매우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살 처분된 엄청난 수의 가축을 비롯하여, 거기에 따른 막대한 비용, 전국의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이번 구제역 파동의 근원적인 원인은 인간의 탐욕입니다. 육고기가 주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소비량이 주식인 쌀 소비량의 절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도한 육류소비는 필연적으로 가축의 대량사육, 즉 자연과 격리된 공장식·기업형 축산과 섭리를 무시한 인위적인 사육을 초래하고, 엄청나게 늘어난 가축을 먹이기 위해 막대한 양의 사료와 물을 소비하게 됩니다. 또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대량의 항생제와 화학약품들이 사용됩니다. 이것은 곧 환경을 오염시키고 나아가 빈곤과 기아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구제역은 관계의 단절을 초래합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하고, 각종 모임도 연기되거나 취소됩니다. 이처럼 관계의 단절은 나눔과 소통을 단절시킵니다. 생명의 탄생을 방해합니다. 관계는 결코 소유의 개념이 아닙니다. 서로 존중하고 생명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축을 소유하여 사육하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오만과 독선이 무자비한 살 처분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가축을 포함한 자연과 인간 모두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더 큰 문제는 구제역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구제역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먹을거리가 교역상품이 되어버린 2000년 이후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구제역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지금의 무절제한 육류 소비생활을 바꾸는 것입니다.


부활의 전제 - 죽음의 예행연습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부활은 언제나 죽음을 전제합니다. 만약 주님께서 죽음을 거부하시거나 피해가셨다면 부활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옛 삶의 방식의 죽음(포기)없이는 결코 새로운 삶도 없습니다. 옛 삶이 주는 안락함과 달콤함 등 수없이 많은 유혹을 포기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삶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삶, 곧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은 옛 삶의 방식으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가치들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곧 부활의 삶입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전제는 탐욕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탐욕의 포기는 우리의 매일의 삶이 죽음의 예행연습임을 확인해 줍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마산교구의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만물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약동하는 계절에 우리도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주님 부활의 은총을 한껏 누리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평화의 복음을 선물로 받으시고 부활을 증언하는 삶을 다짐함으로서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시도록 기원 드립니다. 여러분들을 마산교구의 교우, 수도자, 성직자로 선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2011년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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