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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들레헴으로 가서…
(루카 2,15이하)

 

우리 신앙 공동체는 대림절의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는 구세주의 탄생을 경축하고 기념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축복과 평화가 교구민 여러분들에게 가득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는 부단하게 성탄 축일의 의미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물음으로부터 성탄의 삶을 살기 위한 영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1. 베틀레헴으로 가서

 

이번 성탄 담화문의 주제는 루카 2장 15절이 소개하는 말씀입니다. “천사들이 하늘로 떠나가자 목자들은 서로 말하였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그래서 목자들은 서둘러 베들레헴으로 갔다고 복음사가는 전합니다(루카 2,16 참조).

 

“베들레헴으로 갑시다.”(Transeamus usque Bethlehem)  라틴어 성경은 “가서” 또는 “갑시다”를 ‘건너가다’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저쪽으로 가는 것’, ‘건너서’, ‘저기를 넘어서’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삶으로부터 나와서, 물질적인 세계에서 벗어나서 본질에 도달하는 것, 저 넘어 하느님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분의 입장에서는 이곳으로 오는 것, 우리를 향해 오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래서 보이는 우리의 한계와 세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베들레헴으로 가서… ”, 목자들이 한 이 말은 살아계신 하느님을 향해 건너가는 것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주님께서 살고 활동하시고 고통 받으신 모든 장소가 베들레헴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 그곳(베들레헴)에서 아파하며 고달프게 살고 있는 모든 이웃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곳에 평화가 자리 잡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목자들은 서둘렀습니다. 거룩한 호기심과 기쁨이 그들을 재촉했습니다. 우리 중에도 간혹, 매우 드물게 하느님의 일에 대해 서두르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목자들이 가졌던 거룩한 호기심과 기쁨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거려야 합니다.


2. 아기 출생의 소식 - 루카 2,1-20 

 

제일 먼저 목자들에게 예수 아기의 출생 소식이 알려집니다. 그 당시 팔레스티나 지방의 목자는 가장 천대받고 멸시받는 계층에 속했다고 합니다. 예수 아기의 출생이라는 엄청난 소식이 가장 멸시받고 천대받는 목자에게 먼저 전달되었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많은 것을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언제나 가진 자와 기득권자들이 먼저 정보에 접합니다. 그래서 누릴 수 있는 특혜를 먼저 누립니다.
하나의 정보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수반하기 때문에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당하게 그리고 진실 되게 알려져야 합니다. 정보의 왜곡은 잘못된 판단을 초래합니다.

 

예수 아기의 출생 소식이 목동들에게 먼저 알려졌다는 것은 가장 버림받고 보잘 것 없는 자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이 현실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가난을 상징합니다. 단지 물질적인 가난뿐 아니라 인간이 처해있는 온갖 부조리와 억압의 실존 상황까지도 포함하는 존재론적 가난까지도 상징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큰 것에 열광합니다. 작은 것은 무시합니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작은 것 앞에 겸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크고 거대한 것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하며 일상적인 것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비록 가난하고 평범한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셨으나 그 때문에 부끄러워하거나 자존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사셨습니다. 존엄과 품위를 잃지 않고 사셨음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3. 성탄의 삶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고, 철저하게 자기 개방, 헌신, 투신의 삶을 사셨습니다. 자기 폐쇄와 자기중심적인 삶을 버리고 탈중심적(脫中心的)인 삶을 사셨습니다. 끝내는 자신의 목숨마저도 기꺼이 내어놓으시는 사랑의 극치의 삶을 사셨습니다.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살과 몸 그리고 생명을 버림으로써 실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은 나를 나누고 나의 시간을 나누고, 나의 삶을 나누어 너를 살리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힘을 발휘하며, 없는 것을 있게 하는 힘을 발휘하여 죽은 후에도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기본 정신은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가난한 이들과 억눌린 이들을 위한 깊은 관심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책임입니다. 이 사랑은 우리의 돌 심장을 살 심장으로 바꿀 때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살 심장을 건네주시려고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고,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부활하셨습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새기고, 그 말씀에 따라 살면 그리고 우리의 돌 심장을 살 심장으로 바꾸면 인류가 안고 있는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우게 됩니다. 돌 심장을 살 심장으로 바꾸면 나눔이 일어나고, 나눔이 일어나면 희망이 살아납니다. 이 희망이 세상을 바꾸어 놓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돌 심장을 살 심장으로 바꾸어 놓도록 다짐하면서 우리 안에 거처를 잡으시는 예수 아기의 탄생을 함께 기념하고, 그 의미에 따라 살아 갈 것을 다짐합니다.

 

 

                                             2015년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주교님사인.png        
                                                  교구장     안   명   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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