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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농민주일 담화문

생태적 회개와 친교의 성사를 통해 우리 농촌을 되살립시다!


  오늘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농업이 경시되는 상황에서도 땀 흘려 농사짓는 농민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또한, 도시와 농촌이 하느님 사랑 안에 하나 되어 농촌을 살리고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 교회에서 전개하고 있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더 큰 관심과 참여를 호소합니다. 이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적 회개를 요구하시고 피조물과의 친교를 강조하시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 식량과 자원의 부족, 경제 불안의 지속 등 지구적 차원의 복합적인 문제들로 오늘날 인류와 지구생태계는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조화롭게 빚어주신 자연 세계를 우리 인간의 무책임한 탐욕과 이기심으로 남용하였기 때문입니다. 본래 하느님께서는 “땅이 있는 한, 씨 뿌리기와 거두기,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멈추지 않으리라”(창세 8,22) 말씀하시고, 사람이 농사지어 땅에서 양식을 얻도록 섭리하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놀라운 계획으로 농사법을 농부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이사 28, 26-29 참조). 그래서 농민의 땀으로 이루어지는 농업은 숭고한 일이며, 하느님께서 펼치신 드넓은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은 모든 생명과 연관되어 있기에 창조주이신 하느님께로 이끌어주는 풍요로운 초대입니다.

  그러나 자본의 이윤축적만을 위한 세계화의 진행으로 많은 나라에서 농촌의 빈곤, 토지분배의 불균형, 영세농업의 가속화, 공동체적인 가족농의 붕괴, 토양의 피폐 등을 가져 왔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전면적인 농산물시장 개방과 농업 구조조정정책으로 농촌공동체는 해체되고, 더 이상 지을 농사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먹을거리의 해외의존과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비롯한 각종 유해 식품의 범람으로 우리의 밥상 또한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인 1966년 ‘가톨릭농민회’를 창립하여 생명존중과 공동체적인 삶을 통해 농업·농민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명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 : UR) 협상의 타결로 농촌이 심각한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자, 1994년 춘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듬해인 1995년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는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제정하여 한국천주교회 전체가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깨닫고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을 위하여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는 길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994년부터 교구별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결성되고, 생명농산물 직매장 운영과 연간 100여회 이상의 다양한 도농교류행사 등을 통해 하느님 창조질서 보존과 도·농 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농촌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교회 전체적 차원에서 볼 때 매우 미약한 실정입니다. 정부의 그릇된 정책과 우리들의 관심 부족 때문입니다. 생태적 회개는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돌보고 가꾸는 농업과 농촌, 그리고 밥상을 살리는 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안전하고 충분한 먹을거리에 접근할 수 없는 모든 가난한 이들의 삶도 함께 고려하여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효과적인 환경보호는 인간에 대한 참된 사랑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모든 피조물과 친교의 성사를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보편적 연대와 모든 이의 재능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가정과 교회의 크고 작은 공동체는 물론 지역의 가난한 이들의 밥상까지 생명의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도시와 농촌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교육, 문화, 복지, 환경, 경제 활동을 공유하는 협동과 연대의 지역 운동, 공동체 운동을 전개해 나가길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 민족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과 남북농업교류 활동도 지속해서 전개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이러한 노력과 활동이 체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본당과 교구에서 담당 부서를 설치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생태사도직단체’의 결성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바입니다.

  지구라는 별에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생태적 회개의 삶을 실천하며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17년 7월 16일 제22회 농민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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