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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마태 6,10).


지난겨울, 참으로 혹독한 추위가 우리의 삶과 대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활과 때를 맞추어 새로운 생명과 희망의 기운이 움트고 있습니다. 이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기운과 더불어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해 주기를 기도합니다(1코린 1,3 참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는 분단 이후 매우 중요한 격동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4월 27일 남북 정상 회담을 시작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 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이후 한반도 분단과 관련된 이해 당사국들의 연쇄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전 65년의 긴 대결과 갈등을 종식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다가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더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 본다면 지난 한 해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의 시간이었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거친 말싸움 속에 전쟁의 위기가 높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 속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고, 극한의 대결 국면은 평화를 위한 대화 국면으로 바뀌었습니다.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극적인 전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 신앙인들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느님 응답이라 생각합니다.

분단 70주년을 맞이했던 2015년,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분단 극복을 위한 ‘평화의 원년’을 선포하였습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큰 위험과 위기가 다가오는 순간, 무엇보다 먼저 주님의 도우심과 이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세계 모든 교회가 위기의 한반도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하셨고, 우리 한국 교회는 매일 밤 9시 한마음으로 평화를 위한 주모경을 바쳐 왔습니다. 이 기도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루카 1,37 참조)을 통해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이념 갈등에서 비롯된 동서 냉전 체제가 오래전에 종식되었지만, 한반도는 휴전 상황 속에서 긴 냉전의 시기를 이어 왔습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냉전 논리가 사회 곳곳에 자리하면서 비정상적인 사회 질서가 깊숙이 뿌리내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고통을 받았으며, 내부적인 분열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왔습니다. 우리 교회도 이러한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며, 이런 갈등과 분열의 현상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덤을 가로막은 거대한 돌을 치우고 부활의 영광을 보여 주신 주님께서 당신 구원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돌을 치워라”(요한 11,39). 우리 앞을 가로막은 걸림돌을 치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월 27일, 분단과 분쟁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립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시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관심을 갖고 기도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대화 국면에서도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하기에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우리의 기도가 더더욱 필요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평화를 위한 긴 여정에 함께해 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평화는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거저 주어지는 선물은 아닙니다. 평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성가 헨리 나웬은 이렇게 말합니다. “평화는 우리가 기도할 때 받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앞으로 열리는 정상 회담이 주님의 이끄심 속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 땅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매일 밤 9시 ‘평화를 위한 주모경 봉헌 운동’에 함께해 주십시오. 전국 각지에서 바치는 기도의 연대가 평화를 이루는 튼튼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루카 1,79).


2018년 4월 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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