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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8.05.28 06:18

[담화] 2018년 환경의 날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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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환경의 날 담화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안전한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 출범한 지 이제 1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경제성과 안정성 위주로 수립, 시행되었던 에너지 정책이 앞으로는 환경성과 안전성도 함께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연말 확정된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2017-2031)’은 핵 발전과 석탄 화력 발전 축소와 재생 에너지 확대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핵 발전소 11기 폐쇄, 신규 핵 발전소 6기 백지화, 석탄 발전소 7기 폐쇄, 석탄 발전소 6기를 액화 천연가스(LNG)로 발전 전환, 재생 에너지 비율 20% 확대, 적극적인 전력 수요 관리가 추진됩니다. 미세 먼지 감축을 위해 내년부터는 지은 지 30년 이상 된 석탄 발전소는 봄철(3-6월)에 가동을 중지합니다. 세부적으로 신규 석탄 발전소 7기 건설과 미흡한 전력 요금 정상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환경성과 안전성을 중시하는 노력과 의지가 담긴 계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의지는 올해 수립할 ‘제3차 에너지 기본 계획(2019-2040)’에도 적절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핵 발전과 석탄 발전은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한 에너지 생산 방식입니다. 안전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핵과 석탄을 대체할 재생 에너지의 확대는 인간 생존에 필요 불가결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에너지 전환은 기술과 경제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재생 에너지 확대는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와 바람 같은 자연 에너지도 자본과 이윤의 논리로만 접근하면 죽음의 에너지로 변하게 됩니다. 이미 태양광 사업에 투기 조짐이 일고 있고,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소 추진으로 산림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희생과 자연 생태계의 훼손은 외면한 채 재생 에너지의 개발 이익만 노리는 자본의 논리를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찬미받으소서」, 49항)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전환은 먼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관한 깊고 진솔한 반성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도 어느새 더 많은 소유와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주의의 삶에 빠져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광란의 소비 세계는 모든 형태의 생명을 착취하는 세계”(「찬미받으소서」, 230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에너지 전환이 반드시 삶의 방식 전환을 동반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이제, 나만의 풍요와 편리를 찾는 소유와 소비의 삶을 검약과 절제의 삶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자발적으로 ‘나’를 제한할 때, ‘너’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타자를 살리는 “돌봄의 문화”(「찬미받으소서」, 231항)가 퍼져 나갑니다. 삶의 근원적 변화가 없다면, 편리와 풍요를 앞세운 자본의 논리 앞에 우리는 다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생태적 회개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확신”(「찬미받으소서」, 222항)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공존하는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검약과 절제의 삶은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져 에너지 전환을 안정적이고 빠르게 현실화할 것입니다.


  요즘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한창 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전쟁의 종식은 가장 절박한 요청입니다. 그러나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만이 아닙니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의 작품”이며, 창조주 하느님께서 세상에 “심어 놓으신 그 질서의 열매”(사목 헌장 78항)입니다. 기존의 에너지 생산과 사용 방식은 사람들의 삶과 자연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여 평화를 깨뜨렸습니다.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는 창조 질서를 훼손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에너지 전환은 창조 질서의 회복이자 평화의 실현이며, 따라서 하느님께서 뜻하신 세상을 이루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윤리적이고 생태적인 방식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선포하고, 실천하는 예언자의 사명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이 예언자적 소명에 부름받았음을 기억하며 살아갑시다. 에너지 전환으로 창조 질서를 보전하여, 세상의 평화, 평화의 세상을 함께 이루어 갑시다.


2018년 6월 5일 환경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 우 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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