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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올해는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 일어난 지 69년이 되는 해입니다. 내년 2020년은 300여만 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됩니다. 한 민족이 갈라져 한 형제에게 총과 칼을 겨눈 이 가슴 아픈 우리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마음 아파하며 오늘 전국 각 교구로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석한 우리는 서로에게 총칼을 겨눈 이 아픔의 역사를 반성하고 우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짚어 보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 발발 70주년을 앞두고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분단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바빌론 귀양살이 70년을 기억합니다. 이스라엘이 70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은총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듯이(2역대 36,21 참조), 특별히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이하는 2020년이 우리 민족에게도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분단의 아픔에서 벗어나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새로운 일치와 평화의 시대를 여는 은총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작년까지 우리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 2월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로 남북한의 신뢰 관계와 북미 관계가 불투명해지고, 주변의 정세가 다시 약간의 긴장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모두가 염려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민간 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서로 대화 국면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정한 남북 간의 화해와 용서를 위한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제가 2011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최고위 당국자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첨단 무기나 핵미사일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를 통한 상호 신뢰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한 남과 북의 고위 당국자들이 개인의 자존심이나 정치적 명분에 매이기보다는 국가와 민족의 화해와 번영을 위한 목표에 더 주력해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즉 남북이 싸우는 동안 양 국가는 금액을 따질 수 없을 정도의 손실만 더해가는 반면에, 주변의 강대국들은 분단된 한반도의 정세를 이용하여 자기네들의 정치적인 계산으로 실익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의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호소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독서와 복음은, 올바른 공동체 성장과 번영의 길은 회개와 성실, 자비와 용서를 통해 이루어짐을 말씀하십니다. 제1독서에서 모세는 백성에게 이스라엘 백성이 회개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성실히 지키기만 하면 흩어진 백성을 다시 모으고 조상들이 살았던 땅으로 다시 들어가 조상들보다 더 번성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신명 30,1-5 참조).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 신자들에게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원한과 격분, 분노와 폭언, 중상을 버리고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용서하며 사랑 안에서 살아가도록 촉구하십니다(에페 4, 29-5,2 참조). 그리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세 사람이라도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 하시며 또한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청하면 하느님께서 무엇이든 이루어 주시니, 끝없는 용서의 삶을 통한 화해와 일치를 당부하십니다.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는 문이며, 용서는 십자가의 힘을 믿을 때 가능합니다. 

오늘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를 드리면서,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 한국을 방문하시고 떠나시기 전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드리면서 우리 한국교회와 우리 국민들에게 당부하신 말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평화와 화해의 은총을 간구하시면서 화해와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들은 회심이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같은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 민족이 이렇게 오랫동안 분단되어 불신 속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산다는 것이 참으로 마음 아프고 슬픈 일이라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사실 ‘평화’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적인 가르침의 한 요소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즈음에 천사들은 평화를 노래하였고,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첫인사도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였습니다. 주님께서 초대하신 평화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조건도 계산도 필요 없습니다. 분열을 조장하며 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6월 마지막 즈음에 있을 한미 정상 간의 만남이 주님의 뜻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데 좋은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서 신앙인인 우리의 노력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먼저 가정과 이웃 안에서 평화와 사랑을 위한 회심과 용서의 노력이 사회와 나라, 세계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먼저, 형식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자주 대화하며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처럼 우리 민족 스스로가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지 외세에 의존하며 평화 정착을 기다리는 것은 결국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평화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외세의 힘으로 앞당겨진 8.15 해방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이 남북의 분단된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말고 자주 만나 서로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주변 국가들과의 지혜로운 협력관계도 필요합니다. 특히 정치적인 계산이 배제된 종교인들끼리의 만남이 자주 이루어져 민족 자존의 공감대를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 정착이 단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대화가 불발되더라도 거듭거듭 대화의 길을 모색하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평화를 이루기 위한 기도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길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길을 통해 잘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가시면서 세 번이나 넘어지셨지만 하느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 거듭 일어나셨습니다. 신앙인인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자모이신 교회의 역할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선택입니다. 서독 교회는 독일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마르 9,29 참조)는 성경 말씀대로, 매일 삼종기도 시간에 통일을 위한 짧은 화살기도를 바치며 끊임없는 기도운동을 펼쳐나갔다고 합니다. 또한 서독은 동독에 ‘특별한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퍼주기가 아니라 결국은 민족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묵주기도, 그리고 밤 9시에 주모경 바치기를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기도하며 우리의 간절한 소원을 전구해 주시기를 성모님께 청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운동을 통하여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평화통일을 위한 의식이 자라나고, 민족통일을 위한 다짐도 굳건해질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신앙인으로서 현재의 삶을 뉘우치고, 국민으로서의 본분을 다한다면, 제1독서의 말씀대로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어”,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을 다시 모아 하나로 일치시키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강론을 마무리하며, 국민가수 윤도현 씨가 작사, 작곡하고 지난 2018년 3월 31일에서 4월 3일 한국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부른 ‘한반도 평화통일 염원곡’이며,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가 1,178km를 의미하는 노래 ‘1178’곡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며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물고기와 새들이 1,178km의 한반도를 자유롭게 왕래하듯이 남북의 우리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평화의 시대를 앞당길 수 있고, 또한 남과 북의 우리 형제들이 함께 우리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가길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음미해보고 싶습니다. 

 

 

2019년 6월 25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 희 중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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