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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난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 책임감과 연대와 연민으로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105차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 어떻게 식별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러 사회 문제 가운데 하나는 단연 ‘난민’ 문제였습니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을 향하여 쏟아진 커다란 관심은 “왜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할까?”라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그들을 꼭 도와주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 질문까지 참으로 다양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난민’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해 왔기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접하게 된 ‘난민’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할 정도로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분명 우리나라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사회’입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고 말도 걸며 어떨 때는 긴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휴일이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삶과 실제로 직접 관계가 없으면, 주변의 현실을 돌아보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고,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갈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주도 예멘 난민들을 통하여 처음으로 공식적인 ‘난민’ 문제가 우리 사회에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난민’ 문제는 결코 지난해에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공식 통계는 1994년부터 이루어졌고, 2018년 8월까지 집계된 난민 신청자는 모두 44,471명입니다. 특히 난민 신청자는 2010년부터 증가하고 있는데, 2015년에는 5,711명, 2016년에는 7,542명, 2017년에는 9,942명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 난민 신청자 수는 11,738명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는 이렇게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멘 난민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근거 없는 두려움과 소문들이 떠돌았습니다. 특히 이들을 한국 사회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사람들, 곧 폭력을 뒤로 숨긴 사람들처럼 오해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이들을 받아들이면 사회가 큰 혼란과 어려움에 빠질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정치와 사회 이념의 목적으로 이용하며 자기편에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는 모습도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신앙을 가진 우리에게 ‘이주민’, ‘난민’은 과연 누구입니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합니까? 복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권고합니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늘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촉구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비록 거기에서 당장 실질적인 이득을 전혀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저는 노숙자, 중독자, 난민, 토착민, 점점 더 소외되고 버림받는 노인들과 그 밖의 많은 이를 생각합니다. 이민은 제게 특별한 과제를 줍니다. 탁월한 복음 선포자이시며 복음 자체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특별히 가장 작은 이들과 동일시하십니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우리가 이 땅에서 상처 받기 쉬운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복음의 기쁨」, 210.209항).

교황께서 이렇게 이주민과 난민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드러내시는 이유는 바로 예수님도 난민이셨기 때문입니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하여 이집트로 떠나야만 하였던 요셉과 마리아, 예수님의 가정을 기억해 보십시오. 죽음의 위협을 피하여 이주민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성가정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에 즉위하시자마자 람페두사의 난민들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그때 교황께서는 창세기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네 형제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죽음의 위협에서 피신하여 도움을 청하는 이들의 요청에 등지고 있는 우리에게 물으셨던 것입니다. “네 형제가 어디 있느냐?”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은 이제 그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선교사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였기에,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몸을 사리거나 외면하지 않고 어려운 이들에게 다가가 함께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기본적인 태도이자 신앙의 표현입니다. 이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향에 따라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네 가지 기본 실천 방안인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를 늘 마음에 새겨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런 실천적 사랑이 온 세계의 연대 속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주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모든 국제 사회의 기준이 되는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글로벌 콤팩트’가 채택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글로벌 콤팩트를 따라 국제 사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 나라를 떠난 모든 사람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와 연민을 가지고 함께 이들을 위하여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이 지향으로 함께 기도해 주기를 청합니다”(프란치스코, 삼종 기도, 2018.12.16.).

2018년 12월 10일, 한국을 포함한 164개국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글로벌 콤팩트’는 이주민 그리고 난민의 문제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모든 이가 함께 풀어 가야 할 궁극적 문제임을 인식한 것이고, 이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에도 동의한 것입니다. 그 내용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하여 난민을 보호하는 국가와 지역 사회에 지원을 확대하고, 난민이 새로운 사회에서 자립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며, 국제 사회와 전문가, 민간 영역이 함께 협력하여 난민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주민과 난민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몇몇 국가나 사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인류 공통의 문제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랑’의 소명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돕고, 그들을 위하여 소리치고 행동해야 할 바로 그 책임감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하여 보여 주신 완전하고 아름다운 ‘연민’의 마음으로 난민과 이민과 ‘연대’하고자 움직여야 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손길을 뿌리치지 마십시오. 불의한 처지에 놓인 이주민과 난민에게 연민을 가지고 다가가야 합니다. 피부와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평등과 편견을 겪으며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다가서기를 청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의 은총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19년 9월 29일, 이민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 신 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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