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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인권 주일, 제9회 사회 교리 주간 담화문

 

진정한 혁명 - 보듬어 안기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색했던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Pascal, 1623-1662)은 유고집 『팡세』(Pensées)에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비참하다. 그러나 자신이 비참하다는 사실을 똑바로 생각할 줄 알기 때문에 그 비참함을 뛰어넘으려 인간은 인간을 무한히 초월한다. 그래서 인간은 위대하다고.

국정농단의 적폐로 피폐해진 민족의 비참함을 촛불혁명으로 다시 세운 현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로 인권을 가장 앞세웠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이 보여 준 작금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양상을 보면 그렇게 외치던 인권이 도로 의문에 처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민생고와 사회적 불안을 호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무관심의 그늘에 놓여 있음에도 정치인들은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매몰되고, 정권에 사로잡혀서 인권은 그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촛불혁명이든, 국민혁명이든 제대로 된 혁명이기 위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시(詩) <혁명>을 다시 읽게 된다.

혁명이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에요.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혁명이라는 것은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것이에요.
아직 생명을 모르는 사람들하고도 만나라 이거예요.
보듬어 안고 가자는 거지요.
그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때 변하는 거거든요.

보듬어 안는 일로 십자가의 죽음에 처해지더라도 그것만이 참평화에 이르는 길,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에 예수님께서는 그 길을 당신이 받아 내야 할 세례라고까지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루카 12,49-52).

올해 들어 우리는 유난히 진영 논리와 이념 투쟁이 극성을 부리는 속에 살고 있다. 분열과 대립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는 이 모습들이 그저 무의미한 적대와 대립이 아니라 진리를 찾아나가는 길에서 겪는 건설적인 갈등이요 과정이길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이런 시간을 통해 참된 것이 드러나고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지어 내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마도 진정한 인권이 보장되는 참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우리는 더 큰 홍역을 치러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듬는 일을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된다. 보듬을 때 생명은 탄생하고, 보듬어 안을 때 생명은 건강하게 지켜지는 법이다.

인권은 폭력적인 투쟁이나 이념적인 논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은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은총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안을 때 진정한 인권도, 평화도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2019년 12월 8일 대림 제2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 2019년 사회교리주간 동영상 파일 내려받기 = https://drive.google.com/file/d/1O4zcn96CLurLzA0qTG7rAcUBkcPNYQWw/view?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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