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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75
발행일자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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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인이 되시고 그리운 이름으로 남으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과 식사한 기억이 한 번 있습니다. 제가 양덕동본당에서 보좌 신부로 일할 때(1995년도쯤이니 22년이나 되었습니다.) 본당 신자 중에 추기경님 친척이신지, 아는 분이신지… 돌아가셔서 문상을 오셨던 것 같습니다(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합니다). 마산역 앞 아리랑 호텔에서 주임 신부님과 선배 신부님 한 분 그리고 제가 추기경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습니다. 길을 가는데 몇몇 사람들이 추기경님을 알아보고 매우 신기하게 여기고 아는 척을 했습니다. 저도 괜히 우쭐했습니다. 교회의 큰 어른이시고 사회적으로도 매우 유명하신 분과 둥그런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제 바로 옆자리였습니다. 서품 받은 지 고작 3년 된 젊은 신부인 저는 긴장이 되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국미사 봉헌과 신부들의 단식 기도회가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가던 때였습니다. 이런 신부들의 바람과는 달리 당시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추기경님을 만나서 신부들의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을 중단하도록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에 추기경님께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박근혜 대표 편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고, 추기경님의 말씀 진위와 의도를 묻지 않고 한나라당은 대대적으로 국가보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선전을 했습니다. 화가 난 저는 어쭙잖은 재주로 지방신문에 추기경님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것이 다른 언론을 통해 중앙에까지 알려졌고, 저는 어른을 무시하는 못돼먹은 신부가 되어 전국적으로 욕을 먹었습니다. 그때는 얼마나 욕을 많이 먹었는지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당시 교구장이셨던 안명옥 주교님께서 추기경님과 통화하시고 저의 ‘경거망동’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신다는 말씀을 듣고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주교님,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또 세월이 흘러 2017년… 추기경님은 주님께로 가셨고, 가시는 모습도 참 아름다우셨습니다. 바보의 나눔이라는 그분의 정신은 아직도 남아서 우리를 지켜 주고, 우리도 지켜 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우리들은 왜 늘 큰 나무가 쓰러진 후에야 그 그늘의 힘과 가치를 깨닫고 후회하게 될까요? 

 

2017년 세계사에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평화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촛불 집회가 있었고, 묵은 것들을 없애고 새 시대라는 새 부대에 우리 사회를 담으려는 노력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우리 천주교회가 세상의 변화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추기경님이 두 분이나 계시지만 오히려 사회 적폐 세력으로 몰릴까 두렵습니다. 이럴 때 교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시고 사회의 어른이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미 떠나신 분을 그리워한들 소용없지만,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 또한 사람의 속성 아니겠습니까? 교회가 자칫 그 중심을 잃을까 두려운 이 시대에, 시대의 어른을 추억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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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tice

    사제의 한마디

    “가톨릭마산(교구보)”에 실린 사제의 한마디란을 게재합니다. 가톨릭마산 2017년 1월 1일자(제2234호)부터 백남해 요한 보스코(교구 사회복지국장) 신부님께서 집필하고 있으며, 격주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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