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77
발행일자 2017-10-29

back.jpg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유명한 묘비명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묘비명은 자신의 시 <불벤 산기슭에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탄 사람 글이니 멋져 보이기는 한데… 사실 알아듣기 힘듭니다. 여러분께서는 척 보니 무슨 소린지 아시겠죠? 저는 이해력이 짧아서 좀… 하지만 전혀 다른 시대, 다른 나라 사람인 ‘장자’ “지북유”편에 나오는 <백구과극白驅過隙 - 흰말이 문틈을 지나다 : 세월은 문틈으로 흰말이 지나가는 것처럼 빠르다>라는 말뜻을 새기며 다시 예이츠의 시를 음미하면 어렴풋하나마 감이 올동말동합니다. 

 

‘장자’는 인생의 무상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은 마치 흰말이 문틈을 지나는(白驅過隙) 것처럼 짧은 순간일 뿐이니 애달파하거나, 지나치게 세상일에 집착하여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래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는, 인생이라는 것이 흰말처럼 빠르게 사라지지만, 주님 안에서 우리 모두는 영생할지니 삶이든 죽음이든 차가운 시선으로 ‘쿨’하게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주님 안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고함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젊다면 젊은 제가 죽음에 대하여, 돌아가신 선배 신부님들에 대하여 글을 쓰다보니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과연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아니 기억이나 될까?’ ‘기억 될 만하기는 한 걸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도 결국 욕심인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어떻게 기억 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결국 더 이상 돌아가신 분에 대해 쉽게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은 사제로서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제가 사제로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은총입니다. 주님의 돌보심과 신자들의 기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신부님들께서 돌아가시지 않고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서 알콩달콩 함께 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는 그분들이 그리옵고, 함께 다 하지 못한 시간들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분 입장에서 보면 은총입니다. 사제로서 주님께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저를 오늘 부르실지, 내일 부르실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사제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염치없게도 큰 바람을 말한다면, 사제로서 죽을 수 있는 은총을 기도드립니다. “기억해야할 이름”은 추억 속에 묻어 두고, 이제는 살아 있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야하겠습니다.

 

 

?

  1. notice

    사제의 한마디

    “가톨릭마산(교구보)”에 실린 사제의 한마디란을 게재합니다. 가톨릭마산 2017년 1월 1일자(제2234호)부터 백남해 요한 보스코(교구 사회복지국장) 신부님께서 집필하고 있으며, 격주로 게재되고 있습니다.
    Date2017.04.17 Views142
    read more
  2. “부르고 싶은 이름”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님, 박정일 미카엘 주교님,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님, 정하권 플로리아노 몬시뇰(이후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김덕신 요셉, 이종창 바르톨로메오, 이윤호 필립보, 박해준 치릴로, 김석좌 베드로, 김차규 필립보, 정...
    Date2017.11.14 Views100
    Read More
  3.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 30주년에…”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 30주년에…” 이 집에도 종을 칩니까? 어릴 적 성당에서 종을 치면 먼 곳에서도 들렸습니다. 성당 종소리는 우리를 깨우는 주님의 부름이고, 주님께 우리 마음을 들어 올리는 소리입니다. 이제 도시의 소음 때문에,...
    Date2017.10.31 Views183
    Read More
  4. “기억해야 할 이름 - 4” <차가운 시선을 던져라, 삶에, 죽음에. 말 탄 이여, 지나가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유명한 묘비명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묘비명은 자신의 시 <불벤 산기슭에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탄 사람 글이니 멋져 보이기는 한데&hell...
    Date2017.10.24 Views96
    Read More
  5. “기억해야 할 이름 - 3”

    이제 고인이 되시고 그리운 이름으로 남으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과 식사한 기억이 한 번 있습니다. 제가 양덕동본당에서 보좌 신부로 일할 때(1995년도쯤이니 22년이나 되었습니다.) 본당 신자 중에 추기경님 친척이신지, 아는 분이신지… 돌아가...
    Date2017.10.10 Views128
    Read More
  6. “기억해야 할 이름 - 2”

    죄송합니다. 먼저 바로 잡겠습니다. 이강해 신부님 세례명은 베르나르도가 아니라 스테파노입니다. 저의 불찰로 잘 못 적혔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만난 이강해 신부님은 아주 강건한 분이셨습니다. 젊을 때는 물구나무를 잘 서셨다고 ...
    Date2017.09.26 Views132
    Read More
  7. “기억해야 할 이름”

    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2009.02.16. 선종), 장병화 요셉 주교(1990.08.03.), 석종관 바오로 신부님(1974.03.03.) 이하 신부님 존칭은 붙이지 않겠습니다. 김해동 요한 크리소스토모(1975.10.06.), 정수길 요셉(1978.03.06.), 현기호 시몬(1985.12.30.), ...
    Date2017.09.12 Views178
    Read More
  8. “나의 알바기 - 두 번째”

    “내로남불” -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입니다. 얼마 전(‘이 데일리’ 7월 21일 자) 신문을 보니 “월급 받아 이모님 월급 주면 끝…워킹 맘이 사표 내는 이유”라는 기사가 ...
    Date2017.08.29 Views13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