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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3:50

“부모 자격 고시?”

조회 수 24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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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89
발행일자 20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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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도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에 네 가구가 함께 사는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머구리’ 총각 두 명이 살았고, 남편과 사별하고 내 또래 아들 둘을 혼자 키우며 사는 아주머니가 있었고, 딸 넷에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막내아들을 키우는 집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들을 보려고 아이를 낳다 보니 딸을 많이 낳게 된 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딸 많은 집 살림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다리를 약간 저는 어머니가 생선을 함지에 이고 다니며 팔아서 먹고살았는데, 가장인 남편은 하릴없이 빈둥대며 낮술에 취해 있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분들이 풀리는 일이 없으니 가정에서 폭력을 자주 행사했습니다(돌아보면 그 당시는 나라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가 없어서인지 이런 아버지들이 많았습니다). 매우 고단한 삶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을 겁니다. 이즈음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서너 살쯤 된 넷째가 두어 살 더 많은 언니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언니야, 우리도 아빠 없으모 좋겠다. 그라모 우리도 밀가루 타 묵을 거 아이가!”

 

그때는 복지라는 말이 뭔지도 모를 때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집에 밀가루 한 부대씩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 없는 바로 옆집에서 밀가루 타 먹는 것을 본 아이에게,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보다는 밀가루 한 부대가 더 절실했겠죠. 밀가루 한 부대보다 못한 아버지… 

 

얼마 전 광주에서 술에 취해 잠든 엄마의 실수로 담뱃불에 불이 나서 3남매가 죽은 일이 있습니다. 죽은 아이들은 4살, 2살, 15개월이었습니다. 엄마는 22살입니다. 고3 때 한 살 어린 남편 사이에서 첫 아이를 낳았고 셋째를 낳은 후에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둘 다 뚜렷한 직업은 없었고, 불이 난 그날은 술을 먹고 들어와서 담뱃불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참으로 한심하고도 어리석은 부모들입니다. 그런데 어린 엄마가 아이 셋을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이 엄마의 집안에 대해서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쉽게 비난하고 맙니다. 과연 이 일이 비난만으로 끝날 일일까요?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낳은 아이는 누가 키워 줍니까? 

 

아이들의 죽음에는 엄마에게 가장 큰 잘못과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우리 사회는 아무 책임이 없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한 사람이나 한 가정의 일만이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입니다.      

 

사십여 년 전 아버지보다 밀가루가 더 먹고 싶었던 그 아이에게, 광주에서 죽어간 3남매에게 부모는 어떤 의미입니까? 부모란 어떤 자리입니까? 우리는 밀가루 한 부대보다 나은 부모 노릇을 하고 있습니까? ‘부모 자격 고시’라도 있어야 할까요? 또 나는, 우리 신부들은 사목자로서 영적 아버지로서 자격이 있을까요? 3남매를 위해 기도드리다 보니 착잡한 심정에 말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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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나무 2018.01.23 10:59
    어려움을 살펴보는 신자가 늘어 났으면 합니다.
    어려움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교회는 소외 받는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라고 가르칩니다.
    사제는 어려운 이들을 돌보라고 소리칩니다.
    정말 가르치고 소리치고 싶어서 하는 걸까요?
    때가 되면 쏟아내는 외침일까요?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교회, 사제, 신자가 더 필요한 시기입니다.
    주님 당신의 소리를 듣게 해주십시오.
    아멘

  1. no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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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마산(교구보)”에 실린 사제의 한마디란을 게재합니다. 가톨릭마산 2017년 1월 1일자(제2234호)부터 백남해 요한 보스코(교구 사회복지국장) 신부님께서 집필하고 있으며, 격주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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