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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92,2293
발행일자 2018-02-11

back.jpg

 

쫓기듯 산길을 가는 선비가 있습니다. 달빛도 없는 늦은 밤인데 걸음을 멈추지 못합니다. 온몸은 땀에 젖었고, 머리도 헝클어진 것이 영락없는 도망자 모습입니다. 얼마나 허우적대며 갔을까? 전후좌우를 살피던 선비가 피막(사람이 죽기 바로 전에 잠시 안치하여 두던,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집을 이르던 말)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나라면 귀신이 나올까 두려워 도저히 들어가지 않겠지만 선비는 지금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닌 모양입니다. 지친 선비는 몸을 누이자마자 잠이 들고 맙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입가에 피를 흘리는 허연 물체가 ‘스스스’ 선비에게 다가옵니다. 맞습니다. 원한에 목매어 죽은 처녀 귀신입니다. 잠들어 있는 선비 위에 올라타고는 목을 조르며 음산하고 기괴한 웃음을 웃습니다. “끼히히히히!” 저였다면 기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눈을 뜬 선비가 목을 졸리면서도 아주 시크하게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처녀 귀신 얼굴을 밀어내 버립니다. 그리고 그냥 다시 잠을 청합니다. 굴욕! 귀신 생활 10년 만에 이런 강적은 처음입니다. 처녀 귀신은 어이가 없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심기일전 다시 힘을 내서 기괴한 소리를 냅니다. “끼햐햐햐햐 끄르르르 무섭지 않느냐!” 한쪽 눈을 살짝 뜬 선비가 말합니다. “무섭기는… 그냥 자.” 귀신 생활 최대 굴욕을 당한 처녀 귀신이 화가 나서 묻습니다. “귀신이 무섭지 않다면 넌, 뭐가 무섭냐?!” 선비가 몸을 뒤척이며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빚쟁이야. 난 지금 빚쟁이 피해서 도망치고 있어.” 선비 말을 들은 처녀 귀신이 흐느껴 웁니다. “흐흑, 사실 나도 빚에 쪼들리다 도저히 못 견뎌서 목매 죽었답니다.” 선비는 귀신의 딱한 사정에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갚을 수 없는 빚에 쪼들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숱한 광고 중에서도 단연 많은 것이 보험과 ‘대부 업’ 광고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보험을 들고, 제대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분들이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대부 업’을 이용합니다. 그나마 대부 업체에서라도 돈을 빌릴 수 있으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아예 고리 사채를 쓴다거나, 더 마지막까지 내몰리면 죽을 줄 알면서도 악덕 사채업자에게 장기 매매 증서까지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끔찍하죠!). 고리 사채를 쓰다가 막장에 몰리면 선비처럼 도망 다니거나 처녀 귀신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결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물론 누가 하고 싶어 하겠습니까.ㅠ.ㅠ).

 

 

오늘 사순 첫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 부활을 함께하기 위하여 많은 결심을 하실 것입니다. 담배 끊고(스트레스로 병 걸립니다), 술 끊고(사람 관계 끊어질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들을 끊고자 노력하실 것입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부터 무엇을 끊기보다는, 하느님께 진 빚을 갚기로 했습니다. 이웃을 통해서 나에게 주신 은총과 기도, 사랑과 그 시간. 그 큰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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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나무 2018.02.17 15:17
    빚진게 있는지
    되돌아 봐야 겠네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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