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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7:11

“사랑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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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01
발행일자 20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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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남편과 사별한 안나 씨는 하나뿐인 아들 요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아들이 결혼할 때가 되었는데, 너무 잘 키운 아들을 떠나보내기 싫어 수도원엘 들어가라고 꼬드겼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의 희생과 정성을 잘 아는 아들은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수도원에 입회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삶이 너무 싫었습니다. 자신의 발로 걸어 나가면 어머니의 실망이 클 것이고, 어떻게 하면 수도원에서 쫓겨 날 수 있을까? 궁리를 거듭하였습니다. 어느 날, 수도원 옆 민가에 사는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를 꼬였습니다. 오늘 밤 뒷문을 열어 놓을 테니 자기 방으로 놀러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날 밤, 수도사의 삶에 호기심 가득한 젊은 아가씨가 방으로 놀러 왔습니다. 요한은 수도원장님께 들켜서 쫓겨나면 이 아가씨와 결혼 하리라 마음먹고 차 한 잔을 나누며 큰 소리로 떠들었습니다. 아가씨도 영문을 모른 채 즐겁게 떠들었습니다. 조용한 수도원이 떠들썩하자 옆방에 기거하던 동료 베드로 수사가 화들짝 놀라서 원장님께 달려갔습니다. “원장님! 요한 방에 여자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원장님이 앞장서고 베드로가 뒤 따라갔습니다. 요한 방 근처에 가자 아가씨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든 상황을 눈치 챈 원장이 멀찍이서 요한을 불렀습니다. “요한아! 아직 안 자느냐?” 방안이 약간 소란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들키기를 작정한 요한이지만, 막상 원장님 목소리가 들리니 놀란 가슴에 아가씨를 침대 밑으로 숨겼습니다. 문이 반쯤 열리고 원장님이 안을 슬쩍 들여다보자 숨어 있는 아가씨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수도복 자락을 넓게 펴고 문 앞을 가로막은 채 베드로에게 말했습니다. “뭐가 보이느냐?” 베드로는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차마 원장님께 비키시라는 말을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원장님이 베드로에게 “이제 가서 자거라.” 하고는 요한에게도 자라고 이르고 돌아갔습니다. 요한은 아가씨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밤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엄격하신 원장님은 모든 것을 보시고도 왜 모른 척하셨을까?’ 요한은 깨달았습니다. 엄격하지만 용서하는 원장님의 사랑, 바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 사랑이라는 것을… 

 

제가 신학생 때 교수 신부님께 들었던 감명 깊은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동료 수사 베드로의 패기 넘치는 정의 실천을 통한 사랑이 있고, 원장님처럼 엄격하지만 꼭 필요한 때 잘못을 눈감아 주는 용서의 사랑이 있습니다. 누가 더 낫고 못하고는 없습니다. 자신의 지위나 맡은 소임에 따라 사랑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뿐입니다. 큰 조직을 돌보는 원장님이 너무 정의만 세우겠다고 하면 그 조직이 위태롭고, 젊은 수사가 너무 너그럽게만 산다면 조직이 단단해지지를 않습니다. 우리 교구는 어떻습니까? 구성원 모두 제 자리에 맞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까? 혹시 너그러워야 할 곳에 날 선 비판만 있고, 비판으로 거듭 나야할 자리에 너그러움만 있지는 않습니까? 아랫사람의 작은 건의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일도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하면 감싸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속에 제 모습이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세상이 어수선합니다. 자신의 자리에 걸맞은 사랑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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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나무 2018.04.16 16:30
    교회내에서
    윗 사람, 아랫 사람이 아닌
    각기 다른 소명을 갖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를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기가
    확산 되었음 합니다.

  1. notice

    사제의 한마디

    “가톨릭마산(교구보)”에 실린 사제의 한마디란을 게재합니다. 가톨릭마산 2017년 1월 1일자(제2234호)부터 백남해 요한 보스코(교구 사회복지국장) 신부님께서 집필하고 있으며, 격주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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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랑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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