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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02:25

“담배를 위하여!”

조회 수 26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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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08
발행일자 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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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제가 한 달에 한 번씩 미사 봉헌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가정불화로 집을 뛰쳐나온 아이들이 머무르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참 밝았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간식 준비를 했고, 저는 밖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담배 피우는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싱글거리며 “신부님, 지들은 모두 담배 끊었거던예. 신부님도 끊으이소!”라는 것입니다.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습니까?! 제가 하느님 다음으로 사랑하는 담배인데… 하지만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앞에서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을 느꼈습니다. 순간 강한 결심을 하고 피우던 담배를 부러뜨렸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 담배를 끊노라고 선언했습니다. 아이들이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16년 이 더 지난 오늘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제가 아예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굉장한 골초였습니다. 심할 때는 하루에 4갑을 피우기도 했으니까요. 정말 말처럼 단번에 그렇게 뚝 끊어졌냐고요?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담배가 어떻게 한 번에 뚝 하고 끊어지겠습니까. 엄청난 금단의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었습니다. 매달 미사 봉헌을 가면 아이들이 저를 보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얼마나 후회를 했는지ㅠ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사목하던 본당(그땐 본당 주임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형제님들 사이에 불만이 늘어났습니다. 미사 후면 성당 한쪽 구석에서 다정하게 함께 한대 빨던(?) 신부님께서 담배를 끊었으니, 동료를 잃었고. 게다가 자매님들은 신부님 본 좀 받으라고 잔소리를 해대니. 담배만 더 ‘땡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주일 강론 때, “결혼 10년 차인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참 좋은 남편에 좋은 아빠인데, 딱 한 가지. 담배가 문제였습니다. 부인은 제법 잔소리를 했고, 드디어 남편이 담배를 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안 되어 자동차 사고로 그만 큰 불행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문상객에게 부인 하는 말이 ‘그 좋아하는 담배라도 실컷 피우게 해 줄 텐데 괜히 그렇게 잔소리를 해 댔다.’라고 후회하더라는 것입니다. 본당 자매님들 우리 형제님들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라는 실제 사연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형제님들은 더 이상 구석으로 숨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담배. ‘백해무익!’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하지만 또 ‘담배마저 없다면 이 험한 세상 무슨 낙이 있겠는가?’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말씀도 맞습니다. 특히 우리 신부님들. 담배마저 없다면… 제가 담배를 끊었다고 해서 ‘모두 담배 끊으세요!’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담배 없이도 즐겁게 사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더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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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나무 2018.06.01 02:25
    금연 경험자로서
    어려운 실천,
    어른스런 모습,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1. no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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