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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10
발행일자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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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3도. 2018년 5월 31일(금요일) 중국 시간 오전 11시경. 북경 날씨는 무척 더웠습니다. 5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치에 가깝다고 합니다. 공항을 빠져나와 달리는 차 창 너머로 보이는 북경 시내 풍경은 낯선 듯 눈에 익었습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북경 시내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여행객에게 묘한 그리움을 선사했습니다. 

 

1998년 처음 중국을 방문하고, 북경에서 평양 장충성당 신자들을 만났습니다. 대한민국 당국의 정식 승인을 받은 만남이었지만, 북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두렵고 어색했습니다. 드러내놓고 만나기가 껄끄러워서 호텔방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미지의 만남은 북한 신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북한 천주교 특성상 신자면서 동시에 국가 공무원이었습니다(공산화되기 전에 유아세례 받은 사람이 아니면, 북한 당국에 신청 후 승인을 받고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천주교 신자 조직은 공무원들로 구성이 됩니다). 중국과 대한민국을 오가며 서너 차례 더 만나고 나서 북한 방문이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께서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정상 회담을 하고 난 몇 달 뒤인 10월에, 12명의 신부님, 수녀님들이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 봉헌을 할 수 있었습니다. 150여 명의 북한 신자들이 함께했고, 미사 후 환영식 때는 모든 신부님, 수녀님들이 부끄러움도 잊고 북한 신자들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중국 북경. 20년 전 처음 만날 때 “조선 가톨릭교 협의회 서기장”(우리로 치면 교구청 관리국장쯤 되는 역할입니다.)이었던 44살의 ‘강지영 바오로’ 형제가, “조선 종교협의회 위원장 겸 조선 인민공화국 적십자 위원장”이 되어서 64살 초로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종교협의회는 북한 내 천주교, 개신교, 불교, 천도교를 통합하는 기구입니다. 장관급으로, 시쳇말로 출세했습니다). 우리는 또 오랜만에 부둥켜안았고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올해 6월 30일이 평양 장충성당 설립 30주년이라고 했습니다. 30년 세월은 사람도 늙게 만들지만 건물도 낡게 만듭니다. 얼마전 주교님 몇 분께서 북경에 오셔서 북한 신자들과 만났고, 리모델링을 약속하셨다고 합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가 꾸준히 지원하던(경색된 남북 관계 때문에 몇 년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장충성당 ‘콩 우유’ 공장에 대해서도 교구장 주교님과 신자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6월 초입니다. 뉴스에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 회담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글이 교구보에 실릴 때쯤에는 ‘6.12 북미 정상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종전선언과 함께, 남북 두 나라가 세계 평화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꾼 위대한 민족으로 우뚝 섰으리라 믿습니다.

 

기도드립니다. 남과 북의 형제자매들이 한 성체를 받아 모시며 기뻐하는 날이 꼭 오기를, 얼른 오기를 기도드립니다.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의 구원은 시작되었으며 완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간구로 남과 북의 통일은 시작되었으며 완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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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나무 11 시간 전
    북한 형제들이 함께하는 기쁜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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