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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12
발행일자 2018-07-01

back.jpg

 

 

평양 옥류관 냉면이 맛있다고 합니다. 근데 제가 처음 평양을 방문하여 옥류관에 갔을 때 은근히 실망하였습니다. 옥류관 냉면에 대한 자부심을 가득 안고, ‘맛있냐고’ 자꾸 묻는 북측 사람에게 손님 입장에서 맛없다고 할 수 없어서 겉으로는 맛있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맛이 왜 이래. 밍밍하니 싱겁구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점심때만 되면 북측 안내원들 손에 끌려 옥류관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사흘 지나자 옥류관 냉면이 맛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 맛을 알듯 말 듯 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아! 이 맛이구나.’ 탄성이 절로 났습니다. 지금까지 내 입안과 뇌에 세뇌되어 있던 MSG가 다 빠져나가자, 그때서야 꿩고기 육수로 맛을 우려낸 진정한 옥류관 냉면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런데 남측 공항에 도착해서 라면 한 그릇을 먹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옥류관 냉면보다 한 천만 배쯤 맛있었습니다. 눈물이 날 뻔…역시 MSG가 맛있다는…).

 

우리 입맛은 이제 MSG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과거 ‘아지노모토’라고 불리던, ‘미원’으로 대표되는 MSG가 빠지면 먹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도 이 MSG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MSG는 요리의 주재료가 아니라 감미료입니다. 맛을 향상 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앙도 주된 믿음은 뒷전이고 맛을 살리는 감미료에 빠져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예를 들면, ‘레지오 주회’에 참석은 안 해도 2차 주회酒會에는 꼭 참석하는 단원이나(물론 기도와 봉사의 레지오 정신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죠), 본당을 위한 헌금이나 교무금, 성전 건립 기금을 봉헌하는 것에는 인색해도, 당장 본당 주임 신부님 눈앞에 잘 드러나는 축일 축하금이나 술값은 잘 쓰는 분이 있습니다. 또 간혹, 신부님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 성당 나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 신부님이 부임해 오시면 냉담하거나 신부님 험담을 하곤 합니다. 물론 신부도 비판받아야 한다면 비판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신앙 문제가 아닌, 인간적인 매력이나 재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것들도 결국 MSG에 불과합니다. 그 신부님의 본질이 아니라 맛을 더하는 감미료에 불과 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쉽게도 신앙의 주된 재료 보다 신앙의 감미료인 MSG에 너무 빠지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라면이 맛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MSG의 보고인 스프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프가 아무리 맛있다고 해서 스프만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신앙은 때로 인간적인 즐거움이나 필요에 의해서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인간적인 필요가 하느님 은총 안에서 진정한 믿음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겉만 핥다가 끝나고 말 것입니다. 

 

사실 ‘아지노모토’, MSG는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조미료가 아니라 화학이라는 학문이 연구해낸 자연 조미료입니다. 그 재료도 다시마나 사탕수수 등 천연 식물입니다. 그래서 MSG도 적절히 잘 사용만 한다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앙도 적당량의 감미료를 더하면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적당량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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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나무 2018.07.09 03:18
    신앙의 아지노모도 공감합니다.
    사제 주위에서 본질을 잊어버리고
    사제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신자들의 문제도 크지만
    그러한 상황을 아무런 생각없이 즐기는 사제의 문제는 더 큽니다.
    사제와 본당 공동체에 멀어지고
    나홀로 생활하게 됩니다..

    여름이 덥다고
    저녁미사 참여자가 적다고
    여름동안 저녁미사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네요.
    덥고
    춥고
    사람이 적다고
    미사를 안하겠다...무신 이런 일이
    미사를 하기 힘들다면
    작은 성당으로 자원해 가시면 될걸....
    도시 성당 사목은 하고 싶고.....아지도모도 때문인지?

    눈멀지 않는 사제
    마음이 늙지 않는 사제
    성인사제 보내주십사 기도드립니다.....

  1. notice

    사제의 한마디

    “가톨릭마산(교구보)”에 실린 사제의 한마디란을 게재합니다. 가톨릭마산 2017년 1월 1일자(제2234호)부터 백남해 요한 보스코(교구 사회복지국장) 신부님께서 집필하고 있으며, 격주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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