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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1 09:06

돌아서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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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381호
발행일자 20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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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 가을이라 그런지 요즘은 먹고 돌아서면 또 배가 고프네.”

“아이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금방 들은 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네.”

“금방 아침 차렸는데 돌아서니 점심때네.”

“친한 친구라고 믿었는데 돌아서니 뒤통수를 치네.”

 

참 희한합니다.

잘 나가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배신하고, 배고프고…

그래서 지금부터 돌아서지 않기로 했습니다. 돌아서지 않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테니까요.

굳은 결심을 하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데 누가 뒤에서 부릅니다.

 

“백남해, 백 신부!”

 

앗! 하마터면 돌아볼 뻔했습니다.

 

돌아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누구십니까?” 소리쳤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누구신데 저를 부르십니까!” 외쳤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도저히 궁금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돌아섰습니다.

돌아서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휑하니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차! 또 속았습니다. 돌아서지 말았어야 하는데…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왔습니다.

돌아서니 세월이 훌쩍 가버려 검은 머리 사이로 백발이 성성해진 것입니다.

저를 불러 세운 것은 세월이었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불러도 돌아서지 말았어야 하는데…

결코 돌아서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아서지 않으면 배신도, 잊힘도, 배고픔도, 늙어감도 없겠지만 돌아서지 않고 앞만 보고 가다 보면,

진정한 믿음에 대한 깨달음도, 고통을 잊어버리는 망각의 고요함도, 늙어가며 얻는 지혜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돌아서서 세상과 맞서기로 했습니다.

우선 세월과 맞서기 위하여 미장원에서 염색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10년은 젊어 보인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쉽게 10년 세월을 이길 수가 있는데…

 

여러분도 돌아서면서 살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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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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