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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기원 마르첼리노 신부

우리가 수도 없이 불러 본 ‘엄마’라는 이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은 이 엄마의 실종이라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남은 가족들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를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떠올리게 된다.

우리 또한 사실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부모라는 존재를 넘어서 삶에 있어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난 후에 뒤늦게 후회하며 자책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한 가족의 엄마로서만 살아온 한 여자의 지난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선사한다.

곧, 엄마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에 잘못 박혀있는 엄마라는 존재의 인식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엄마의 이러한 실존적인 ‘실종’을 이 작품의 핵심적 사건인 지하철에서의 ‘실종’을 통해 의도적으로 일깨워주려고 한 것 같다.

엄마를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에 대해서도 우리 스스로가 만든 틀 안에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본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림으로써 잊고 있었거나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존재를 찾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 가고 있다.

그럼으로써 부끄러운 지난날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있는데,

이는 딸이 외국 여행 중에 피에타 상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으로 표현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자녀들에게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엄마에게 마음으로 돌아오기를 요청한다.
친숙한 성화인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라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탕자인 작은 아들의 어깨에 놓인 아버지의 두 손은 부성과 모성을 함께 드러낸다.

그림 속의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탕자를 회개하는 우리들 자신으로 연결시키게 되면

이 그림은 회개하는 우리들에게 모성적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은 진정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길은

타인의 입장에서 우리들 자신을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책 속의 딸이 어머니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 또한 이제는 자식을 둔 엄마의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진심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길은

우리 각자의 입장에서 우리 스스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장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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