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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잇고 문화 렛잇비 신앙
2019.12.20 11:23

그것만이 내 세상

조회 수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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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한때 복싱 동양 챔피언까지 지냈던 김조하는 폭력 사고로 물의를 일으켜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잡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가진 것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삶의 역경은 엄청나지만, 전설적 복서의 말을 삶의 신조로 삼아 버텨 냅니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 무하마드 알리.

 

그에게도 당연히 피를 나눈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족이 그에게 해준 가족의 역할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정폭력이 심하였고 지금은 교도소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갔습니다.

그렇게, 혈연으로는 가족이지만 심정으로는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혼자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그러질 못했고 새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 마흔에 조하는 우연히 어머니를 만납니다.

오갈 데 없던 그는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어머니 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자폐가 있는 동생 진태를 처음으로 만납니다.

나름 가족의 따뜻함을 조금씩 느껴가던 조하는, 결정적 순간마다 동생을 더 챙기는 어머니의 행동과 불쑥불쑥 내뱉는 어머니의 말에 상처를 받습니다.

 

         저, 돈 좀 생기는 대로 나갈게요. 그리고, 나한테 신경 써서 잘해주려고 그러는 거, 그런 거 하지 마세요. 되게 불편해요 그게. 나도, 못되게 굴고 그러는 거 하기도 싫고, 그냥, 편하게 있다가 갈게요.  

 

조하는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제안을 떠올리며 캐나다로 떠나려 합니다.

어머니가 큰 병을 얻었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지만, 이곳을 떠나는 데 미련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의 어머니를 찾아가 떠날 것을 알립니다. 

 

      조하야, 나는 미워해도, 진태는 미워하지 마라. 나 죽으면 가, 복지시설 들어갈끼다. 한 번씩, 가, 죽었나 살았나 궁금할 사람 있으면 얼매나 좋을까, 그 생각만 했다. 니 속은 못 들다보고, 내가 이래, 이기적이다. 

 

      왜 나 안 데려갔어요? 평생 나 혼자 살았어요. 중학생짜리가 혼자 밥 먹고, 아버지 술 마시고 들어오면 혼자 만화방에서 자고. 혼자 운동하고. 그땐 나도 아직, 애였다구요. 캐나다 가면, 여긴 다신 안 돌아올 거예요. 난요, 아버지 엄마 둘 다, 용서가 안돼요. 다신 안 와요. 여긴 진짜, 진짜 X 같아요. 

 

      조하야, 내 다시 태어나먼, 니만 챙기께. 니하고만 살끼다. 내 몬해준 거, 다해주께. 미안하다.

 

가족의 품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조하, 그러나 울며, 가족의 인연을 놓기로 합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피아노 갈라쇼를 준비 중인 동생의 인터뷰를 봅니다.

 

      불가넝, 그것은사실이아니라, 하나의의견일뿐이다, 무하마, 드알리.

 

오진태군의 형이 늘 들려줬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정말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있는…  

조하는, 자신에게 가족이 있음을, 자신도 가족의 일원임을 깨닫습니다.

그는 가족을 통해, 자신이 버릴 뻔한 ‘여기’에서의 삶 안으로 다시 들어옵니다.

나를 버렸던 여기 이 세상이, 이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자신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너무나 살고 싶었던 그리운 세상입니다. 

슬픔의 눈물로 여기를 떠나려 했던 그는 동생의 피아노 연주에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큰아들로서 치릅니다.

이제 그는, 자폐증으로 조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동생의 손을 꼭 잡고, 나의 세상, 동생의 세상을 하나로, 우리의 세상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훌륭한 연주를 했음에도 입상하지 못한 진태를 갈라쇼에 포함시키라는 요구에 관계자는 거절하려 합니다. 

 

      회장님, 회장님은 합리적인 분이지 않습니까?

 

      날 합리적인 사람으로 봤니? 30년 넘게? 내가 합리적인 사람이면, 개뿔 족보도 없는 거지깽깽이 촌놈(너)을 학원 만들어서 앉혔겠니? 

 

수많은 이들이 낙인이 찍힌 채, 세상에서 소외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세상 안으로 끌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들에게 ‘내 세상’을 선물하셨습니다.

죄 많고, 몹쓸 병이 있고, 이방인이고, 가진 것도 없고…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사람을 합리적으로 따지지 않으시고 자비와 사랑으로 대하셨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세상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함께 세상을 살아갑니다. 

 

죄인이니 교회에 올 자격이 없다, 문제가 많으니 쓴소리 들어라, 지적하고 가르치려 들고 시키려 드는 게 교회가 할 일이 아닙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성사이신 그리스도, 하느님을 삶으로 보여주신 그 그리스도의 성사입니다.

교회는 우리가 전해 들어 알고 있는 그 그리스도의 모습을 구현해야 합니다.

여기 이 세상이 모두에게 ‘내 세상’이 되도록, 교회가 그들을 가족으로 끌어안고, 서로의 하나됨을 기뻐하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가 공동체의 가족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는, 교회라는 세상을, 교회가 서 있는 이 세상을, 자신의 세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 봐. 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 봐.

     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하지만 후횐 없어. 찾아 헤맨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그것만이 내 세상. -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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