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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뜨락
2020.05.22 11:24

신부님과 코로나 사태 국난시기

조회 수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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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희근 요셉 시인

돌아가신 필립보 신부님은 꽃을 좋아하셨다. 혹시라도 행사 끝에 꽃바구니가 들어오면 이웃에 계시던 신부님께 갖다 드렸다. 선종하시기 전 한 두어 주일은 벚꽃 가로수가 도열해 있는 옥종 수곡 진수교 일대의 풍광에 어린이처럼 환호하셨다. 그 시간에 일행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나로서도 행운의 기회였다. 신부님은 좀 불편한 만년을 보내셨지만 로사리오기도! 하면 곧바로 기도의 곧은 정신이 되셨다. 

 

돌아가신 지 사흘, 삼우미사를 교구 성직자 묘역에 가서 참례할 수 있었다. 신부님의 조카 신부님은 다음과 같이 강론을 하셨다. “안식일 다음날 여인들이 주님의 무덤을 찾아 갔을 때 천사가 말하기를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나시고 먼저 갈릴래아로 가셨으니 제자들에게 가서 갈릴래아로 가 주님을 뵈올 수 있다고 전하라 한 것이지요. 갈릴래아는 다른 곳이 아니라 예수님이 제자들과 더불어 활동했던 그 공간이지요.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의 갈릴래아는 어디겠습니까? 돌아가신 신부님과 함께했던 교회나 신앙의 친교에 관한 체험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체험에는 아름다운 부분, 거룩한 부분도 있겠으나 우리는 혹시나 나를 기준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언제나 예수님의 대리자로 사셨기에 십자가의 길에서의 동반자로서 체험은 거룩한 것이리라 믿습니다.”

 

신부님이 사신 만년도 포함되는 국난시기는 코로나19 사태에 교회공동체도 예외 없이 회합도 성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기를 어렵게 살고 있다. 어떨 때는 초대교회의 박해시기를 일정 부분 지나가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 시기의 갈릴래아는 어디인지, 무엇이 그 체험 안에 있는 것인지 가슴 서늘해지는 것이다. 

 

나는 부쩍 교회 매스미디어를 통한 공동체, 또는 공동체 의식이 깊어지는 그런 체험을 지나가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1일미사가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며 가톨릭의 인재 풀을 활용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것에 신뢰가 쌓여간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바티칸 생중계로 교황님 주례의 전대사 전례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을 같이할 수 있다는 것이 은총 중에 은총이었다. 교황님은 부슬비 내리는 중에 광장을 홀로 걸어 흰 제의가 젖은 채로 베드로 대성당을 향하셨다. 나이가 드신 걸음에 어깨의 짐은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을까. 적어도 그 걷는 걸음이 구세사의 한 줄 빤한 촛불이라 여겨지면서 교황님이 그럴 수 없이 아프고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순간 저 도저한 기도와 성사와 십자가와 복음과 성인들, 순교자들의 피눈물이 즉각의 치유요 부활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바이러스가 무엇인가, 우리의 갈릴래아가 바로 여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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