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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
2020.08.14 11:05

빗나간 열정熱情

조회 수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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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성 가르멜 여자 수도원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의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으로 멈추지 않고 질주해 온 결과라고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무엇을 향해 달리는지도 모르고 생태계를 마구 불태우기만 했던 열정이 파괴적인 결과로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와, 지금까지 받아온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느님 앞에서의 우리들의 모습이 이와 같을 때도 많지 않을까 성찰하게 됩니다.

 

200816가르멜삽화1(홈피용).jpg

 

가르멜 수도회에서 성조로 모시는 엘리야 성인은 가르멜 산에서 바알 사제들과 대결을 벌일 때 제물로 바칠 황소 위에 네 항아리의 물을 세 번씩이나 붓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 상징적인 행동을 통해 엘리야 성인은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지녀야 할 봉헌의 참된 자세를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열정, 자신을 소진 시켜버리는 내 방식대로의 불을 모두 잠재우려는 듯 -오직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합당해 보이는 모든 인간적인 욕심들을 물에 잠기게 해버립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고쳐 쌓은 제단에서 엘리야 성인이 “당신께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고 제가 당신의 종이며, 당신의 말씀에 따라 제가 이 모든 일을 하였음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해 주십시오(1열왕 18,36).”라고 하느님께 기도드리자 하늘에서 ‘주님의 불길’이 내려와 모든 것을 삼켜버렸습니다. 아주 강한 만남의 순간입니다.

 

우리는 종종 왜 하느님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아무 대답도 없으시냐고 주저앉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절망의 순간을 만납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주고 계시는데, 우리가 엉뚱한 하늘을 바라보며 응답 없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정의 예언자로 불리는 엘리야 성인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에까지 ‘불’ 병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처럼 열정은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위해 불태우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했다는 데에 만족하며 열정 자체를 목표로 삼게 되면 어느새 나 자신을 하얗게 태워버린 자리에 자애심만 가득 채워놓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열정이 하느님께로 올바로 향하고 있는지 알려줄 이정표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 제1독서의 “나에게 기도하는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리라(이사 56,7).”라는 구절에서 ‘기쁨’이라는 이정표를 발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선교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일흔두 제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졌음을 보시고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감사드리셨고, 성모님께서도 마니피캇을 노래하시며 당신 안에 이루어진 하느님의 업적을 찬양하며 기뻐하셨습니다. 당시 유다 사회에서는 처녀가 잉태하면 율법으로 단죄받아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토록 기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우울한 성인은 없다.”는 말처럼 성인들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열정이 하느님께로 정향되어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한 번 내리시면 그 뜻을 이루고야 마는 하느님의 말씀이 맺은 풍성한 열매를 알아보고 늘 기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와 우리나라, 우리 각자가 처한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에게 응답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성모님과 모든 성인들의 무리와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0816가르멜삽화2(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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