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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2020.06.12 10:48

사도행전 읽기 7

조회 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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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염철호 요한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회심 이야기에서 베드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로 다시 넘어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베드로를 통해 복음이 이방인에게도 전해지게 되었음을 보게 됩니다.

 

베드로의 치유 기적들(9,32-43)

베드로는 사도행전 시작부터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고쳐줍니다. 그런데 이제는 예루살렘을 떠나 리따와 야포에서 사람들을 치유해 줍니다. 여기서 리따라는 마을은 현재 이스라엘 땅의 관문인 텔아비브 국제공항이 위치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베드로는 애네아스에게 “일어나 침상을 정돈하십시오.”라고 명령하는데, 이 말은 중풍병자를 치유하시던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려 줍니다(루카 5,24-26). 리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야포라는 항구 도시가 있었는데, 이 도시는 오늘날도 이스라엘의 관문 항구로 쓰입니다. 이곳에서 베드로는 타비타, 곧 도르카스라는 여제자를 되살려 주는데,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 야이로의 딸을 되살려 주는 장면을 떠올려 줍니다(루카 8,49-51).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당신의 사명을 마무리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교회가 바로 ‘그’ 예루살렘에서 출발하여 예수님의 사명을 이어갑니다.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10,1-11,18)

사도행전 저자 루카는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이야기를 3인칭 작가 시점에서 담담하게 묘사한 뒤(10,1-33), 다시금 베드로의 입을 통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합니다(11,1-18에). 동일한 사건을 짧은 시간 안에 두 번 반복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사건이 매우 중요한 사건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신심 깊은 로마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는 카이사리아에 있을 때 환시를 봅니다. 이곳 카이사리아는 유다와 사마리아를 다스리던 로마 총독이 자신의 군대와 함께 머물던 바닷가의 카이사리아입니다. 당시 베드로가 머물고 있던 야포에서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코리넬리우스는 이탈리아 부대의 백인대장이었지만 신심이 깊고, 온 집안과 함께 하느님을 경외하며, 유다 백성에게 자선을 베풀고, 항상 하느님께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유다교에는 개종한 이방인들이 많았는데, 코르넬리우스도 유다교로 개종한 이방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가 환시 가운데 주님의 천사를 만나는데, 천사는 하느님께서 그의 선행을 보시고 은총을 내리셨음을 알리며, 야포에 있는 베드로를 불러오라고 명합니다(10,1-8). 

 

6월14일자 사도행전 이미지(홈피용).jpg

도메니코 페티 <베드로의 환시, 1619>

 

베드로는 당시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무두장이란 모피 털이나 가죽을 다루는 사람을 말합니다. 코르넬리우스가 보낸 사람들이 야포에 이르렀을 때는 정오 즈음이었습니다. 베드로는 배가 고파 무엇을 좀 먹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무아경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무아경 속에서 하늘이 열리고 큰 아마포 같은 그릇이 내려와 네 모퉁이로 땅 위에 내려앉는 것을 봅니다. 하늘이 열린다는 것은 계시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네 귀퉁이는 온 세상을 상징합니다. 곧, 온 세상과 관련된 하느님의 뜻이 전해졌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그릇에는 부정한 짐승들이 담겨 있었는데, 그 부정한 짐승을 잡아먹으라는 명령이 들려옵니다. 베드로는 배가 고팠지만 그것을 먹기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그러자 그 목소리는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라고 세 번 거듭 말하고, 그 그릇은 갑자기 하늘로 들어 올려집니다. 세 번 거듭 말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말씀의 강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 베드로는 환시를 보고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만 코르넬리우스를 만난 뒤 베드로는 즉시 환시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복음이 이방인들에게까지 전해지기를 바라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코르넬리우스 집에 모인 사람들에게 입을 열어 설교합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밝힌 뒤, 공관 복음서의 형태에 따라서 그분께서 어떤 일을 행하셨는지를 알리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해 설명합니다(10,34-43). 베드로가 설교를 하는 동안 말씀을 듣는 모든 이에게 성령이 내립니다. 그들은 신령한 언어로 말하며 하느님을 찬송하는데, 이를 보면서 베드로와 할례 받은 신자들이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는 즉시 그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풉니다(10,44-48).

 

예루살렘에서의 베드로(11,1-18)

사도들과 유다 지방에 있는 형제들도 이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이 특이합니다. 그들은 베드로가 예루살렘으로 올라오자, 베드로를 질책합니다. 베드로가 이방인과 음식을 먹음으로써 유다인들이 지켜야 할 음식에 관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전해 주면서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사실, 베드로와 코르넬리우스 이야기가 여기에서만 두 번 언급되는 것을 보면, 부정하다고 생각하던 이방인을 그리스도교로 받아들이는 문제와 이방인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금지하는 음식 규정이 초대 교회 때 얼마나 첨예한 논쟁의 주제였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 점을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편지글, 특히 갈라 2,11-14에서도 잘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베드로는 사도행전에 언급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그는 다른 민족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다가, 야고보가 보낸 사람들이 올라오자 할례 받은 자들이 두려워 몸을 사리며 다른 민족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야고보는 예루살렘의 첫 번째 주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주님의 형제 야고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루살렘의 유다인 공동체를 이끌던 야고보는 그리스도교 안에서 여전히 할례와 율법이 중요함을 강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이에 반대하여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바오로였기에 베드로를 따라 다른 유다인들과 바르나바까지 이방인과의 식사에 거리를 두자, 베드로가 복음의 진리에 따라 살지 않고 있음을 질책한 바 있습니다. 

 

사도 11장의 베드로는 이와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어찌 되었건 베드로가 코르넬리우스를 받아들인 이 사건은 그리스도교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됩니다. 물론 사도 공의회라고 불리는 예루살렘 회의에 가서야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지만(사도 15장), 코르넬리우스가 세례를 받는 순간 이미 성령은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하느님께 선택받은 모든 이에게 내린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누구나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으면 구원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도교는 어떤 의미에서 율법과 할례 중심의 유다교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이 점을 장대하게 선포합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다른 민족들에게도 생명에 이르는 회개의 길을 열어 주셨다.” 

 

이제 사도행전은 교회가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바오로와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사도행전은 그 출발점에 베드로가 있었음을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곧, 이방인들의 복음화는 사도 바오로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모든 교회의 관심사였음을, 모든 교회의 사명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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