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구약성경 순례
2020.10.08 16:52

천지 창조

조회 수 42
Extra Form
저자 김영선 루시아 수녀/ 광주가톨릭대학교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천지 창조

 

우리는 아직 첫 번째 순례지에 머물러 있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태초에 창조하신 아름답고 질서 있는 세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남녀가 다스리는 태초의 세상에는 온갖 생물들이 제 종류대로 자랍니다. 오늘날의 용어를 빌리자면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그런 세상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원죄도 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창조 이야기를 읽고 나면 우리는 저절로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태초의 세상과 같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성경의 저자도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이어서 나올 것입니다.

 

첫 번째 순례지를 떠나기 전에 생각해 볼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창조 이야기가 말하는 대로 세상이 6일 만에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글자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첫 번째 창조 이야기는 역사적인 자료가 아닙니다. 어떤 본문이 역사적인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 확인이 가능한 이름이나 사건, 연도를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본문에는 그런 자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정말로 세상이 6일 만에 창조되었는가가 아니라 왜 성경의 저자는 이런 식으로 창조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또 이런 이야기를 통하여 창조에 관하여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에는 고대인들이 생각하던 우주관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하늘 위에도 물이 있고, 이 하늘 위에 있는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투명한 궁창이 그것을 받치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늘이 파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끝에는 매우 높은 산이 있어서 하늘을 기둥처럼 떠받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늘의 궁창에 해와 달, 별들이 매달려 있으며, 궁창의 곳곳에는 창문이 달려 있어서 홍수가 날 때는 이 창문들이 열린다고 생각하였습니다(창세 7,11 참조). 그리고 땅속 깊은 곳에는 지하 세계가 있어서 사람이 죽으면 그곳으로 간다고 믿었습니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이 각각의 영역을 책임지는 신들이 따로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늘을 관장하는 신, 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신, 태양신, 달신, 별신 등 우주의 영역은 그것을 관장하는 신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성경의 저자가 이 모든 것이 유일하신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선언한 것은 그 당시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고려할 때 놀라운 신앙 고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창조 이야기의 저자가 해와 달 대신에 큰 빛물체와 작은 빛물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창세 1,16 참조).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해와 달은 매우 중요한 신들로 숭배되었습니다. 그런데 해와 달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큰 빛물체와 작은 빛물체로 언급함으로써 고대 근동 사람들이 신으로 숭배하는 것들이 하느님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천문학의 발달로 그 시대의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었던 천문학적 지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경의 창조 이야기를 비과학적이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려서도 안 됩니다.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은 저자가 기록한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이 저자가 선포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태초의 세상은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질서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세상의 부조화와 무질서, 아름답지 못한 모든 것들을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201011 2면 백그라운드(홈피용).jpg

 


  1. 사도행전 읽기 14

    Date2020.10.23 Category신약성경 Views15 file
    Read More
  2. 사도행전 읽기 13

    Date2020.10.16 Category신약성경 Views26 file
    Read More
  3. 천지 창조

    Date2020.10.16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20 file
    Read More
  4. 천지 창조

    Date2020.10.08 Category구약성경 순례 Views42 file
    Read More
  5. 사도행전 읽기 12

    Date2020.09.25 Category신약성경 Views47 file
    Read More
  6. 사도행전 읽기 11

    Date2020.09.18 Category신약성경 Views53 file
    Read More
  7. 사도행전 읽기 10

    Date2020.09.18 Category신약성경 Views43 file
    Read More
  8. 사도행전 읽기 9

    Date2020.09.18 Category신약성경 Views24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