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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 11:26

단 한 가지 이유

조회 수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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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성 가르멜 여자 수도원

1친교삽화.jpg

 

유난히 맑고 쾌청한 5월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풍과 여러 야외모임으로 곳곳에서 활기찬 분주함이 느껴졌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의 5월은 여느 5월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활동이 회복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공포로 서로를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참된 친교에 대한 갈증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일상의 기회가 단절되고,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고 있다 믿었던 사회적인 관계, 활동과 같은 외적인 것들이 사라진 후에도 ‘진정으로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우리의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도록 초대합니다.

 

‘하느님의 무無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 마음에는 기쁨과 함께 ‘정말?’이라는 의심이 파고듭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조건들로 타인과 나 사이에 선을 긋고 있는 좋지 못한 습관이 갈라놓은 틈을 통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조건도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내가 ‘나’라는 단 한 가지 이유,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유일한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전부를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을 때 진정한 친교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의 친교는 “자기가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단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며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이라고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자서전에서 말합니다. ‘신뢰’와 ‘마주 바라봄’-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향해 몸을 돌려세워야 하고 모든 관계는 내가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신뢰에서 시작되고 깊어져 갑니다.

 

나를 돋보이게 하던 모든 장식이 떨어져 나가고 가장 가난한 모습이 되었을 때조차 나를 끝까지 지탱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주님은 언제나 한결같이 남아있는 친구처럼 우리의 무거운 짐을 드시려고, 우리를 위로하고 우리에게 충고하며, 우리를 도우시려고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당신의 삶을 같이 나누도록 허락해주십니다. 우리는 주님과 더욱 깊이 결합되고, 주님 안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과 결합될 것입니다.”라는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다의 글을 통해 주님을 통한 이웃과의 참된 친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소외와 혐오의 자리가 아닌 신뢰와 배려의 자리, 참된 친교를 위해 홀로 서서 하느님을 향하는 신앙인의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해할 수 없고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언제나 하느님을 향해 서 계셨던 성모님의 도움과 전구로, 끝날 것 같지 않는 거친 풍랑 속을 지나고 있는 인류 공동체라는 배가 평화의 항구에 무사히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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