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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후 저희 수도원에서도 7월부터 개인 피정 손님과 미사 참례하러 오시는 분들을 맞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체온측정,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요. 

 

봉쇄수도원이라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발생 후 몇 달간 피정 손님과 미사 참례 오시는 분이 거의 전무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경제적인 면에서 우리 수도원도 영향을 받고 있었고 이 정도는 세상 모든 이들이 겪고 있는 것이므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저희들 노동의 주요 생산품인 유기농 딸기잼의 원료인 유기농 딸기 구입에 차질이 생겨 저희들이 원하던 양의 절반도 채 못 미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7월인 지금은 모든 거래가 완전히 끝난 시점이라 잼용 유기농 딸기를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된 것입니다. 올해 유기농 딸기 작황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딸기 따는 노동력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에서 근로자들이 자유로이 올 수 없는 상황으로 노동인력 수급이 부족하고, 60℃에 가까운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딸기 따는 일이 너무 고된 일이라, 그나마 일하던 분들이 임금을 받게 되면 그 다음날부터는 나오지를 않아 잼용 딸기를 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접하게 된 복음이 오늘 오천 명을 먹이신 말씀입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ㄴ) 이 말씀이 제 마음에 박히듯 꽂혔습니다. “주님, 저희는 지금 유기농 딸기 원료가 모자라 잼생산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누구에게 어떻게 먹을 것을 주라는 말씀입니까?” 어리둥절하여 속으로 부르짖었습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이사 55,2ㄱㄴ. 3ㄱㄴㄷ) 자꾸 ‘들어라, 들어라’ 하시는 말씀까지 귀에 뱅뱅 울렸습니다.  

 

다시 복음 말씀을 읽으니,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신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시고, 제자들이 가져온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고, 제자들은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고 남은 조각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며,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이 일이 지금도 매일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먹을 양식이 없어 굶주리고 목마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어 배고프고 목마르고 아파하는 이 지구촌의 모든 이들에게 우리가 나누어야 할 참된 먹거리는 이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 세상에 생명을 주는 예수님의 몸과 피!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200802 8면수도자 이미지(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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