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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04:15

생명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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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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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이때 가지각색의 봄꽃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한껏 피어나 눈부시다. 새삼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작년 부활절에는 광화문 거리에서 부활 대축일 미사를 드렸었다. 세월호 관련 부스들을 둘러보는데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쓰겠다는 문구가 눈에 띄어 책 한 권을 사게 되었다. 소설가 방현석 씨가 쓴 『세월』. 

 

이 소설은 어린 딸을 제외한 일가족이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한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엄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데 한윤지라는 귀화명으로 불리다 보니 사람들은 그녀가 베트남 사람인 줄 몰랐을 것이다. 아들 권혁규(당시 7세) 군이 한 살 어린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동생을 살렸다는 이야기는 박노해 시인의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속 쿠르드 소년이 연상되기도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베트남 딸의 시신을 거두고 손자와 사위의 시신을 찾기 위해 한국에 머물렀던 외국인 친정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더 받아 가려고 그러느냐.’ ‘시체 장사를 하느냐.’라는 악담에 수모를 당하면서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편견까지 이중의 고통을 느꼈다고 하니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싶다. 이 가족에게 이런 기막힌 사연이 있는 것을 『세월』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현재까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남은 진실규명, 국가의 책임과 같은 거대한 담론도 풀어야 할 숙제지만 그동안 유족들에게 쏟아낸 비수와 같은 말, 시선들에 대해 우리 모두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해야 하리라. 

 

작가 김훈은 세월호 참사 3주기에 “개발 독재와 고도성장의 시간을 거치면서 수없이 많은 ‘세월호’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세월호’들은 이 사회의 현실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사람이 타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작가의 말처럼 그 ‘세월호’들은 진행되고 있다. 자본 논리가 우선시되는 노동환경에서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재人災가 반복되고 있다.

 

생명이 약동하는 이 부활 시기에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자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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