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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7 03:52

현대판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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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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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김보름 선수가 일부 네티즌들의 지나친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를 받았다고 언론은 전한다. 팀워크가 중요한 팀 추월 경기에서 뒤처진 동료를 그대로 버려두고 먼저 골인을 하여 팀 동료를 왕따시켰다는 것이 네티즌들이 말하는 그녀의 죄상(?).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를 ‘짜내야 할 고름’ ‘노란 머리에 문신 벌레’ 같은 글들을 수백 개씩 올렸다. 심지어 그를 후원하는 의류 브랜드 계정에 들어가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그녀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녀가 뒤에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고 빙판에서 ‘죄송하다.’라고 큰 절을 함으로써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지만, 이미 깊어진 그녀의 트라우마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암흑기라고도 불리는 중세 시절, 유럽을 중심으로 마녀사냥이란 끔찍한 집단 광기적 만행이 벌어졌었다. 마녀사냥은 소위 마녀魔女, 즉 마귀 들린 여자들을 대대적으로 색출, 감금, 구타, 고문하고 재판 후 화형에 처한 사건을 말한다. 약 20만 명에서 50만 명에 이른다고 알려진 희생자들은 대부분 여성 정신질환자(지금도 정신질환을 마귀 탓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노파, 하녀, 과부 등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로 실제로 이들은 마귀 들린 사람들이 아니라 교회의 부패와 이단의 창궐, 십자군 전쟁의 패배, 정책 실패, 사회 혼란 등의 책임을 대신 떠맡은 희생양들이었다. 마녀로 여겨져 화형을 당한 사람들 중에는 지금은 성녀가 된 프랑스 구국의 영웅 잔 다르크도 포함되어있다. 2003년 3월 5일 故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우리 교회가 지난 2000년 동안 하느님의 뜻이란 핑계로 인류에게 저지른 잘못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는데, 여기에는 마녀사냥이 십자군 전쟁과 함께 들어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일말의 배려나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무차별적 인터넷 폭로 및 공격, 그리고 대규모 군중집회가 주도하는 여론몰이를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어쨌든,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와 민주,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개인의 인권이 억울하게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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