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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07:06

‘한恨과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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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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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7일, 교구 거창성당(당시 본당 신부 황봉철 베드로)에서 본당 승격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한恨과 예수’를 주제로 한 공개 강연회 및 좌담회가 열렸다. 주제발표는 당시 서강대학교 총장이던 박홍 신부님이 해주셨고, 토론에는 거창 출신 문인들인 신중신 형제와 신달자 자매가 참여하였다. 필자도 토론자로 초청되어 이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날 발표 및 토론되었던 내용들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필자는 화병의 원인과 발병과정을 설명하고, 분노나 증오 같은 인간의 모든 부정적 감정들은 예수님의 사랑의 용광로 속에 넣어 용해시킬 때 비로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공허하고 막연한 원론적인 주장을 폈던 것 같다. 

 

한은 원한怨恨의 준말로 지난 일이 원망스럽거나 원통하거나 억울하게 생각되어 응어리가 진 마음이다. 화와 한은 어떻게 다를까? 어떤 사람들은 화가 체념으로 내재화된 채 오랜 세월 곰삭아 순화된 심성이 한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예부터 이민족의 잦은 침탈과 가부장적인 압제 문화, 그리고 남북 분단으로 고통을 받아온 우리 민족들에게 한은 하나의 중요한 정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문학예술작품에 이런 한들이 표현되어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한은 당사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예수님에게도 한이 있었을까? 인간적 관점에서 보면,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배신한 인간을 구하시기 위해 비천한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것, 그리고 다시 인간들에게 배척을 받아 온갖 수모를 당하고 사시다가 급기야는 십자가에서 단말마의 고통 속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신 것이 그분에게는 한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그런 한을 어떻게 푸셨을까? 즉, 예수님의 소위 ‘한 풀이’ 수단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물론 가해자(?)인 인간에 대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주어진 운명(성부의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 위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될 것이다. ‘죽음으로써 생명을 얻는’ 이런 예수님의 역설적 신비가 수많은 상처로 얼룩지고 분노와 증오에 치를 떨고 있는 화병 환자들, 그리고 인간적 약점과 한계를 지닌 채 늘 마음에 상처를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구원의 빛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2310호를 마지막으로 손진욱 요셉 님의 가톨릭 칼럼은 마감합니다. 그동안 집필해 주신 손진욱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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