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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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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희생자 수, 남한에서만 무려 100만 명, 이는 전투로 인한 군인, 민간인 희생자를 제외한 순전히 ‘학살’당한 민간인들을 센 숫자다. 북한 민간인 희생자 수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이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다수가 적이 아니라 우리 군경에 의해 우리 국민이 집단학살 당했다는 점이다. 전체 학살 중 미군, 국군, 경찰 그리고 우익단체와 비정규 무장대에 의한 학살이 다수를 차지하며, 당시 이승만 정권과 그 후견인인 미국이 다수 국민을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 또는 묵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반인도적 전쟁 범죄이자 국가폭력이었다. 학살 희생자는 국민보도 연맹원, 형무소 재소자, 좌익 경력자나 부역 혐의자와 그 가족, 빨치산 활동 지역 인근 마을 주민, 우익 인사 등 사실상 국민 모두였다. 이런 참상들을 목도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빨갱이 가족’으로 몰릴까 봐 신분을 ‘세척’하거나 슬픔을 안고 살면서도 사연을 꼭꼭 숨겨왔다. 겨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덕분에 민간인 희생자 수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실화해위 집단희생조사국 조사팀장으로 일했던 신기철 소장은 “희생자들은 피해자인 그들의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가해자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죽어갔던 것이다. 내가 정부 지원도 없이 홀로 조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더 이상 수많은 죽음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이다.”라고 한다. 

 

우리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매주 ‘우리나라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는 미사’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과거의 비극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면 그 기억이 피해자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에 각인되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4월 23일 청와대 앞 광장에서 베트남전 종전 43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베트남전 희생 유족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시민평화법정도 열렸는데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 주교는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는 국가 간 해결해야 할 과거사이자 외교 쟁점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인권의 문제이다. 베트남전쟁에 얽힌 과거청산과 피해자를 어루만지는 노력은 평화의 출발선에 서야 하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역사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하였다. 전쟁이 남긴 숙제는 이렇게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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