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의 농민들이 모여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쌀 목표가격 24만 원 쟁취를 위한 농민결의대회’를 열고 풍찬노숙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현재 쌀 한 공기 가격이 껌 한 통 값도 되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살림을 살지 않는 나로서는 쌀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 외에 크게 아는 바가 없어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나 최근 경남도의회 의원들이 일제히 ‘쌀 목표가격 80kg에 24만 원(1kg 3,000원) 보장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한 것을 보고 정부의 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과 쌀을 바라보는 우리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경남의 한 도의원 설명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공식 쌀값이라고 할 수 있는 쌀 목표가격(5년마다 책정)은 한 포에 18만
8천 원으로 쌀 1kg으로 환산하면 2,350원. 20년 전인 1997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쌀을 제외하고 20년 전 가격인 것이 있는가? 이 사실을 두고 우리는 쌀값이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쌀 소비량이 61.8kg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연간 145,230원. 하루 평균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69g으로 금액으로는 397.9원. 한 끼 쌀은 (매일 세끼를 먹는다 가정하면) 56.4g으로 132.6원. 농민의 땀과 피값이 껌 한통 450원, 담배 한 개비 200원보다도 적으니 이제야 왜 그들이 그들의 자식과 같은 쌀을 도로에 쏟아 붓고 시위를 하는지, 백남기 농민의 절규가 무엇이었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세네갈에서 열린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피막) 세계 총회 참가자들 또한 한국 정부의 유엔 농민권리선언 찬성을 촉구하고 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뒤에도 국제인권법으로도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의 인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선언이다. 국제사회가 유독 일부 집단처럼 보이는 “농민과 농촌지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농민과 농촌지역민의 권리가 단지 그들만의 것이 아니며, 이들의 권리가 모든 인류의 삶과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농민은 단순한 여러 직종 중의 하나가 아니라 굶주림을 겪는 세계 약 8억 명의 생명권과 인권, 기후변화와 생명 다양성 보존에 대한 권리를 가진 이들로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음이 마땅하다(찬미받으소서 129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