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절주!”

by 미디어국 posted Jan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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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마산 발행호수 2287
발행일자 20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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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직원은 참석 자체로 빛이 나고, 과장님은 2차까지만 가셔야 하고, 부장님은 1차에서 떠나셔야 하고, 관장님은 참석지 않고 전화로 “어, 오늘 내가 좀 바빠서 참석하기 어렵겠네, 내 알아서 계산할 테니 맛있는 거 먹도록 해요.”라고 할 때 가장 빛이 나는 일은 무엇일까요? 정답 “회식”입니다. 연말연시가 되니 여기저기 술자리도 많아집니다. 지난날 복지관에서 일할 때가 떠오릅니다. 직원들 간에도 한 해를 정리하기 위하여 부서별로 회식 자리가 잦아집니다. 관장님이나 높은 분은 이런 자리에 눈치껏 빠져 줘야지 직원들이 좋아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손위 어른들과 식사라도 하면 조심되기는 누구나 같습니다. 신자이든 직원이든 식사자리에 가면 신부님 옆에는 잘 앉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괜한 분위기 전환용 우스개로 “내 옆에는 뭐가 묻었나?”라고 하면 분위기는 더 썰렁해지고, 마지못해 제일 젊은 직원이 벌서듯 제 옆자리에 앉습니다. 회식이 시작되고, 제가 고기라도 구울까 하고 집게를 들면 큰일 납니다. 두어 칸 떨어진 곳에 앉은 ‘고참’ 직원이 어떻게 알고 제 옆자리 신참들에게 눈총을 마구 쏘아 댑니다. ‘어디 감히 관장 신부님께서 집게를 들도록 하느냐!’라는 뜻입니다. 도리어 제가 눈총에 맞은 듯 쑥스러워져서 집게를 놓고 술잔을 듭니다. 그러면 ‘고참’ 직원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신부님께서 잔을 드셨어요. 우리도 한잔합시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잔을 부딪치며 저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또 멋쩍어져서 술을 ‘원 샷’ 하면, 술잔을 입에 댔다가 내려놓던 직원들이 다시 잔을 들고는 벌컥벌컥 ‘원 샷’을 합니다. ‘관장님께서 잔을 다 비우셨는데 직원이 어떻게 잔을 베어 먹는다는 말이냐!’라는 듯이. 이래저래 회식 자리에는 관장이 빠져주는 것이 본인도 편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해줍니다. 이쯤 되면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를 꺼내 들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합니다. “어, 그래. 오늘 만난다는 걸 내가 깜빡했네.”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직원들이 우르르 따라 일어나면 자리에 앉으라는 시늉을 하며, 약속을 깜빡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라면 끓일 물을 올리며 생각합니다. “쩝, 다음부터는 회식 안가야지…” 옛날 생각이 납니다. 요즘은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기 집에서 술을 낫게 마시고 제대로 깨져야 ‘좋은 회식’이었다고 하던 시대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통계를 보았습니다. “소주 1병 이상의 주량을 갖고 있다는 사람 중 종교가 천주교인 사람이 39.3%로 가장 많았다.”라는 것입니다. 이 통계를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어쩌다가 천주교 신자들은 술 센 사람들이 되었을까요? 술이란 많이 마시면 실수할 수밖에 없는 ‘독’인데 말입니다. 앞으로는 ‘천주교 신자들이 술을 제일 못 마신다.’라는 기사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저도 술을 끊어야겠다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이것 참! 끊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그래도 줄이긴 줄여야겠고… 여러분들도 술 좀 줄이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