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2017.12.26 14:03

송구영신 피정

조회 수 1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저자 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경남지구회장)

2080.jpg

 

몇 해 전부터 연말연시에 특별한 여행이나 모임 등의 이벤트를 만들지 않고 마산가톨릭교육관에서 주관하여 실시하는 송구영신 피정에 참여해오고 있다. 교통체증과 인파로 짜증 나고 피곤한 여행과 술과 음식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떠들썩한 모임들이 주는 공허함을 피하기 위해 고심 끝에 찾아낸 가장 이상적인 방법. 송구영신送舊迎新,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 일. 송년감사미사로 지난해를 보내고 1월 1일 평화의 날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미사를 봉헌하면서 새해를 맞는 일. 이보다 더 좋은 송구영신이 어디 있을 것인가. 

 

교육관이 위치한 봉화산은 본래 일출의 명소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 잔잔한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성모 동굴 쪽에서는 일몰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해보면 1월 1일에 떠오르는 해라고 뭐 별다를 것인가. 몇 년, 몇 월, 며칠이라는 시간 단위는 영겁의 시간을 우리 인간이 그저 편의에 의해 구분하여 놓은 것에 불과하리라. 어쨌든, 갈매기 나르는 창연한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만물을 지어내신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찬미할 수 있다면 인간의 시간을 초월하여 시간 밖에 존재하시는 하느님의 시간 속으로 잠시나마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일상의 번거로움을 피해 침묵과 기도 속에서 자신을 살피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영혼을 정화하는 ‘피세정령避世靜靈’, 즉 피정은 우리가 하느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일 년에 몇 차례씩은 고향을 찾는다. 특히 설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그토록 힘든 ‘귀성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줄지어 고향을 찾아간다. 귀성歸省. 늙으신 부모님과 가까운 어르신들, 조상님들의 묘,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산천, 즉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근원을 찾아가 근황이 어떤지 살피고 돌보며, 아울러 그 안에서 형성된 자신의 정체성과 본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되찾고 힘과 용기를 얻어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귀성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더 깊은 의미의 귀성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고 결국은 가야 할 진정한 본향本鄕, 즉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피정을 우리의 ‘영적 귀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일 년에 두 번 이상 이 ‘영적 귀성’을 하여야 하지 않을까. 일 년에 한두 번씩 ‘세속 귀성’을 하듯.


  1. notice

    가톨릭 칼럼

    가톨릭마산 "2018년 2월 4일자(제2291호)"부터 '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회장님과 '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관장님의 글이 격주로 게재됩니다.
    Date2018.03.08 Views98 저자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file
    read more
  2. 전쟁과 미완의 과제들

    한국전쟁 희생자 수, 남한에서만 무려 100만 명, 이는 전투로 인한 군인, 민간인 희생자를 제외한 순전히 ‘학살’당한 민간인들을 센 숫자다. 북한 민간인 희생자 수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이 더 ...
    Date2018.06.19 Views13 저자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Read More
  3. ‘한恨과 예수’

    1990년 10월 7일, 교구 거창성당(당시 본당 신부 황봉철 베드로)에서 본당 승격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한恨과 예수’를 주제로 한 공개 강연회 및 좌담회가 열렸다. 주제발표는 당시 서강대학교 총장이던 박홍 신부님이 해주셨고, 토론에는 ...
    Date2018.06.11 Views36 저자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Read More
  4. 6월 항쟁과 6.13 선거

    1987년에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입학 당시부터 학내 민주화다 하며 교정은 늘 시끄러웠고 등교할 때마다 총학이 주최하는 집회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공대생인 동료 학우들은 집회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지도교수도 그곳엔 가지 말라고 엄포를 놓...
    Date2018.06.05 Views56 저자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Read More
  5. 중년 여성들의 질병, 화병

    화병火病은 우리나라 민간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병명이다. 화병은 인간의 4대 기본 정서인 희로애락喜怒哀樂 중 분노憤怒가 일으키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화병을 울화병鬱火病이라고도 하는데 스트레스가 밖으로 분출되지 못한 채 마음에 쌓...
    Date2018.05.29 Views62 저자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Read More
  6. 통일 연습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메시지를 통해 이번 회담의 결실이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가 추진해 온 통일사목과 민간 교류로 더욱 활기차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우리 교구도 민족의 번영과 평화통일을 향한 교회...
    Date2018.05.21 Views51 저자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Read More
  7. 신부님들과 스님들이 공차기 시합을

    2007년 5월 2일 진주 모덕 축구 경기장에서는 진주지역 신부님들과 스님들이 친선 축구시합을 벌였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개최한 이 행사에는 많은 양 종교의 신도들이 동참하여 종교 벽을 허무는 화해의 잔치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고 지역 언론에서...
    Date2018.05.15 Views122 저자손진욱 요셉(재속프란치스코회국가회장)
    Read More
  8. 민들레 쉼터를 개소하면서…

    지난 25일 가톨릭여성회관에서는 ‘한마음의 집’(무료급식소) 옆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민들레(노숙인) 쉼터’를 개소하게 되었다. 주교님과 교우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새로운 출발을 격려해 주었다. ‘...
    Date2018.05.08 Views84 저자김현주 율리아나(가톨릭여성회관 관장)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4 Next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