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부활대축일을 성대히 거행한 이튿날인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하느님 품에 보내고, 5월 8일 미국 출신 로버트 프란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을 새로운 수장으로 얻게 되었다.
성령의 인도하심은 교회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새 교황은 최초의 미국 출신으로, 그동안 강대국에서 선출되지 않던 전례가 깨어졌다. 더구나 그는 시카고 출신이라고 알려졌는데 이곳은 5월 1일 메이데이, 세계 노동절이 제정되는데 단초가 된 1886년 5월 ‘헤이마켓사건’의 현장이다. 인간이, 하루 16시간 근무로 노예처럼 기계처럼 다루어지던 때,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외치던 그곳이 새 교황의 고향 땅이다.
새 교황은 추기경들과의 첫 만남에서 ‘레오 14세’라는 칭호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사회교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전임 교황의 ‘복음의 기쁨’에 강한 부르심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결정적으로 첫 사회교리 문헌인,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1891년)를 반포하신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하고자 함을 밝히고 있다. ‘새로운 사태’는 교회 내외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 회칙이다. 흔히 교회 밖에서는 ‘노동헌장’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도록 권고하며 노동자들의 권리인 ‘단체결성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각 국가의 노동법을 제정하는 근간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 노동3권을 받아들여 노동법보다 상위법인 ‘헌법 33조’에 명기하고 있다.
새 교황은 이러한 연유로 레오 14세를 본인의 칭호로 삼기로 하였다고 말하며 인간 존엄성, 정의,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고 오늘날의 새로운 문제들,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5월 8일 첫 연설에서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그 평화는 무장하지 않는 평화, 무장해제하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5월 18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교황즉위미사에서는 강론을 통해 ‘사랑’과 ‘일치’와 ‘화해’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우리의 첫 번째 큰 소망을 하나 된 교회, 일치와 친교의 표징인 교회, 화해된 세상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로 삼고 싶습니다. 우리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불화를 보고 있고, 증오와 폭력과 편견, 차이에 대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낳은 너무나 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습니다.”
새 교황은 시작부터 사회교리의 주제들을 연신 쏟아 내고 있다. 하느님의 섭리는 새 교황과 그와 함께할 교회에 무엇을 안배하고 계시는가? 사회교리는 결코 교회 신앙의 한 지엽적인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신앙인이 살아야 할 바이다. 신앙 행위 자체가 사회적인 행위이고, 개별적으로 하느님과 소통하는 신앙인도 결국 교회 공동체로부터 그 신앙을 전해 받은 것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이 땅에 오셨음을 우리는 믿는다. 고귀하고 초월적인 존재께서 친히 이 땅의 존재가 되어 오셨음과 이 땅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신 뜻을 생각하면,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의 문제, 특히 고통받는 이들과 가난한 이들의 문제에 대하여 외면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