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2025.07.30 10:19

희망 – 피앗(fiat)으로

조회 수 39
Extra Form
저자 김정훈 도미니코 신부

흠..


희망의 가장 탁월한 증언은 하느님의 어머니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성모님께서는 십자가 발치에서 ...슬픔에 압도당하는 가운데서도 다시 한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 하고 대답하셨고, 하느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희년 칙서 24항.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 mihi). -루카 1,38.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sed tua fiat). -루카 22,42.

 

 

‘빛’이 주는 가르침
테드 창의 소설 『내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로 만들어짐, 2016) 속 외계인은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인식합니다. 우리처럼 선형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따로,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꺼번에 인식합니다. 그들의 언어도 완성된 의미를 동시에 표현합니다. 즉 인간은 인과론적, 순서적 사고, 그들은 목적론적, 통합적 사고를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빛의 경로’를 통해 그런 통합적 사고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페르마의 원리’는, “빛은 최단 거리가 아닌, 최단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로 움직인다.”고 설명합니다. 빛이 물을 통과할 때 굴절되어 보이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원리의 숨은 뜻은, 빛은 마치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즉 빛의 경로는, 시간적 순서에 따른 ‘인과론적’인, 그리고 이미 주어진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목적론적’인 움직임을 함께 내포합니다. 이 원리는, 인과론과 목적론이 다르지 않음을, 인간의 자유의지 실현과 하느님 섭리가 다르지 않음을, 내 뜻과 하느님 뜻이 일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물리적 상징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자유 – 충돌이 아닌 일치
내가 선택하니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인과론적 구조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뜻 안에서는, 결과를 만드는 선택이 아닌, 결과를 향해 이루어지는 선택이 됩니다. 하느님은 전체 역사의 방향을 이미 당신 섭리 안에 품고 계십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유의지를 통한 선택으로 그 방향에 참여합니다. 신앙인의 자세는, 하느님 뜻과 내 뜻의 일치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fiat이며, 그렇게 사신 분이 예수님과 성모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와 부활을 향해 당신 현재를 살아가셨습니다. 그 길은 단순히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에 대한 자유롭고 능동적인 응답이었습니다. 성모 마리아 역시 아드님 잉태에서부터 그의 전 삶을 통해, 섭리를 향한 현재를 사셨습니다.

 

fiat - 부조리한 현실에도 희망할 수 있는 자세
계획은 무너지고, 삶은 어긋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는 말처럼, 신앙인에게 그 모든 경로는, 하느님 섭리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신앙은 하느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전부를 하느님뜻을 향해 기울이는 지향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희망은, 하느님 안에서 이미 성취된 선물을 향해 현재 안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힘, 현재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하느님 섭리 안에서 회복과 해방은 이미 존재합니다. 희년은 내가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그 섭리 속에 내가 자유로이 참여하는 기쁨의 시간입니다. 미래의 목적에서 힘을 얻는 현재의 삶. 그것이 바로 ‘희망의 희년’이 우리를 초대하는 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 8,28. 

 

희년 웹.jpg


  1. 사람이 희망이다

    Date2025.11.03 Category희년 Views12 file
    Read More
  2. 하느님이 희망이다

    Date2025.10.01 Category희년 Views43 file
    Read More
  3. 이상한 메시아 예수

    Date2025.09.03 Category희년 Views29 file
    Read More
  4. 희망 – 피앗(fiat)으로

    Date2025.07.30 Category희년 Views39 file
    Read More
  5. 영원한 생명 - 네겐트로피

    Date2025.07.02 Category희년 Views71 file
    Read More
  6. 유토피아냐, 하느님 나라냐

    Date2025.06.02 Category희년 Views69
    Read More
  7. 힘든, 그러나 기쁜

    Date2025.05.01 Category희년 Views65
    Read More
  8. 육화2. 나 전체로서, 나의 삶 전체를 살기

    Date2025.04.03 Category희년 Views92
    Read More
  9. 육화1. 앎

    Date2025.02.27 Category희년 Views342
    Read More
  10. 희망살기, 성령의 기억으로

    Date2025.01.31 Category희년 Views355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