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다시 보기
2025.09.03 11:00

처세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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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봉철 베드로 신부/ 성서신학 박사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것이 없어질 때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루카 16,9).


-“재물”이라고 번역한 이 단어는 희랍어 성경에서는 “마몬나스(μαμωνας)”인데, 이는 아람어의 “ממונ 마몬”, 히브리어의 “ממונא 마모나”의 음역이고, 그 뜻은 “소유”나 “능력”입니다. 신약성경에는 4번 나오는데(마태 6,24; 루카 16,9.11.13) 모두 “재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불의한 재물”이란 직역하면 “그 불의함의 그 재물”인데, 재물 자체가 불의한 것이 아니라 의롭지 못하게 모은 재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어쨌든 불의한 재물로 친구로 만든다는 이 말씀은, 어쩌면 “처세술”처럼 들리기도 해서, 저는 한때 이 말씀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태의 최후심판(25,31-46)과 연결하여 생각해 보면, 불의한 재물로라도 남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쑥스럽지만 제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칠원 읍내에 “문전옥답”이라고 하는 논들이 도로가 확장되면서 새 도로에 많이 편입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제 외할아버지 논도, 이웃한 제 아버지의 논도. 새 도로를 가운데 두고 외할아버지 땅의 나머지 일부가 제 아버지 땅으로, 또 제 아버지 땅의 나머지 일부가 외할아버지 논으로 붙게 되었습니다. 두 분이 살아계실 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각자 그 나머지 작은 땅을 큰 쪽으로 붙여서 농사를 지으면 되니까, 그렇게 하자고 구두로 약속했고 그 후 쭉 그렇게 농사를 지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큰외삼촌이 재산을 정리하다 보니까, 외할아버지 땅 일부를 제 아버지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큰외삼촌이 제 아버지를 찾아와서: 자형, 그 땅이 제 부친 것이니, 내놓으세요. 제 아버지는: 빙장어른 살아생전에, 우리가 그 나머지 작은 땅들을 서로 바꾸어 농사짓기로 했다. 하지만 큰외삼촌은 논문서만 보고 땅을 내놓으라 하니, 결국 두 분이 서로 맘을 크게 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때가 제가 대구 신학교에 있을 때인데, 한번은 집에 갔더니, 부친이 그것으로 맘이 많이 상하셨다고 하시길래, 제가 말했습니다: 그 나머지 땅이 현 시가로 얼마나 됩니까? 부친: 글쎄 1백만 원가량? 그럼, 맘 상하신 것을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쯤이냐고 제가 물으니, 그건 1억도 넘는다고 하십니다.
그 뒤 얼마쯤의 시간이 지나고 제가 우연히 큰외삼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의 얘기를 듣고 나서, 제가: 큰외삼촌! 큰외삼촌이 제 아버지보다 나이가 어리니, 제가 큰외삼촌께 1백만 원을 드릴 터이니, 그것을 제 아버지께 드리면서 화해를 먼저 하도록 하세요. 큰외삼촌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그렇게 화해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당시(88년경) 본당신부 생활비는 20만 원 정도이고, 교수 신부들의 월급은 25만 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게 1백만 원은 상당히 큰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과감하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외갓집에서 살면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님들과 외삼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외갓집과는 맘 상하고 지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제게는.


-위의 성경 본문에서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여기서 그들이란 우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는 원인 제공을 한 자들이고, 그 일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라.”라고 하신 주님이 하시겠지요?(참조. 마태 6,19-21; 마태 25장 최후심판). 우리는 “부정한 재물”로라도, 그것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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