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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선 루시아 수녀/ 광주가톨릭대학교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광야를 사십 년 동안 헤매게 된 이유(민수 13-14장)

 

지금 이스라엘 백성은 파란 광야의 카데스 바르네아라는 곳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곳에서 잠시 여장을 풀고 그곳에서 일어나게 될 일을 지켜봅시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지파별로 한 사람씩을 선택하여 가나안 땅을 정찰하게 하십니다(민수기 13장). 정찰대를 보내는 이유는 약속의 땅에 사는 주민들의 군사적 능력을 평가하고, 그 땅이 과연 비옥한 곳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각 지파의 대표자 12명을 보내며, 그 땅을 둘러본 후 그 땅의 과일을 가져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정찰대는 40일간 가나안 땅을 정찰하였습니다. 때는 포도철(7~8월)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포도송이와 석류, 무화과를 따서 가져옵니다. 이 정찰대의 보고에 따르면 그 땅은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그러나 그 땅의 백성은 힘세고, 그들의 성읍은 거창한 성채로 되어 있으며, 거인족으로 알려진 아낙의 후손들도 그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땅은 힘센 이들이 차지하여 사는 땅이며, 그들을 몰아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정찰대의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절망하여 밤새도록 통곡합니다. 그리고는 우두머리를 하나 세워 이집트로 돌아가려고 모의합니다. 이처럼 부정적인 소식을 퍼트린 이들이나 그들의 절망에 전염된 이들이나 모두 하느님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는 듯합니다. 그들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하느님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나 봅니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도록 인도해 주셨던 하느님에 대한 기억과 믿음은 새로운 위기 앞에서 실종되고 맙니다.


그러자 함께 가나안 땅을 정찰하러 갔던 여호수아와 칼렙이 그들을 막아서며, 그들의 신앙을 일깨우려 합니다. 그들이 주님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기만 한다면 주님께서 반드시 그들을 저 땅으로 데려가실 것이니 저 땅의 백성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돌을 던져 모세와 아론, 여호수아와 칼렙을 죽이자고 선동합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크게 진노하시며, 이 백성을 흑사병으로 치고 모세를 더 크고 강한 민족으로 만들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모세는 주님의 명성과 자비하신 속성에 근거하여 백성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모세의 중재기도를 들으시고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치시려는 계획은 거두시지만 그들의 잘못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십니다. 곧 열 번씩이나 하느님을 시험하고 불순종한 이 세대는 가나안 땅을 상속받지 못할 것이며, 40일에 해당되는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정찰대에 속한 이들 가운데 여호수아와 칼렙을 제외한 다른 열 사람은 모두 재앙을 당하여 죽습니다.


광야 1세대 가운데 유일하게 약속의 땅에 들어갔던 여호수아와 칼렙은 현실에 무지한 낙천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 역시 가나안 정복의 어려움을 예측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다른 이스라엘 백성과는 달리 하느님께서 도우시면 무엇이든 가능하리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이처럼 믿음이란 하느님의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에 바탕을 둔 희망은 인간 삶에 존재하는 어두운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현실을 직시하며, 현실을 지배하는 듯이 보이는 찰나적인 힘 앞에 굴복하지도 패배당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하느님께 있음을 믿고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수아와 칼렙의 권유를 받아들여 하느님을 믿고 신뢰하며 그 땅에 이르는 여정을 서둘렀다면 사십 년 동안 광야를 헤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 광야 길은 정화된 신앙에 이르기 위해 그들이, 그리고 또 우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220424 8면 구약성경의 순례(홈피용).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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