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2.01.27 11:43

세례 받은 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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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혜정 글라라 동화작가

성탄절 아침. 꽃다발을 안고 지인의 세례식에 참석했다. 
세례식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세례를 받는 저들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에 잠겼다.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이리저리 날던 민들레 씨앗처럼 이곳 성당에 내려앉은 저들은 굳이 속마음을 다 드러내진 않더라도 갖가지 사연으로 지금 세례를 받고 있지 않은가.  


지금 저들의 마음이 1년 전의 내 마음 같을 텐데…….
나도 1년 전 이곳 칠암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는 받았지만 성당은 올 때마다 남의 집처럼 낯설기만 했다. 미사 시간마다 나는 도저히 흡수될 것 같지 않은 이방인 같았다. 웅성거리는 듯한 기도문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고 예수님은 막연히 두려운 존재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하느님이 왜 나를 사랑하시는지, 예수님은 왜 우리를 위해 죽으셨는지, 나를 어떻게 구원해 주시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오리무중 상태로 계속 성당을 다녀야 하는가? 나는 왜 여기에 왔는가? 무엇을 바라고 왔는가? 과연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들이었다. 나는 그러한 고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성당은 주일마다 꾸준히 다녔다. 마치 깊은 산속에서 길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듯이.


세례 받은 지 1년.
그동안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짤막한 한 문장의 기도문에 위로를 받고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그러는 사이 나의 아픈 영혼도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부족한 나로서는 표현하기가 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종이에 한 방울의 물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듯이 조금씩 조금씩 나는 하느님을 알아가고 있다고, 또 하느님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고 용기를 잃지 않도록 하시는지 알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사람이란 어찌 보면 하루살이만큼이나 험난한 세상살이를 하고 있다. 복잡하고 거친 세상에 내던져져 온갖 생채기가 나는 약한 존재 아닌가. 또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것을 마치 깊은 바다에 빠져 도저히 내 힘으로는 물 위로 올라올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하면 어떨까. 그때 구원의 밧줄이 내려온다면 그것을 잡기만 해도 저절로 물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오로지 그 밧줄에 의지만 해도 나는 산다. 


하느님이 바로 그 밧줄 같은 분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어리숙한 나의 신앙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세례 받은 지 1년이 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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