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4.12.12 10:43

아내에의 고별시 몇 편

조회 수 136
Extra Form
저자 강희근 요셉 시인/ 가톨릭문인회

지난 4월 10일 아내를 잃었습니다. 지금까지 7개월, 신앙에 닿는 시로서만 심회를 적어왔습니다. 100일 미사를 드리는 동안의 그 과정에서 씌어진 시 몇 편 줄여 올려 이로써 구비구비 슬픈 표정을 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대 어디 있는가

 

“그대 어디 있는가, 하늘로 올라/
예수님 성모님 계시는 곳에 있으리라/

기도하던 대로 원하던 자리 그곳에 있으리라//

 

그러나 마지막 아픔의 골짜기를 거쳐 갔으므로/

남아 있는 자들은/
아픔의 벼랑이나 굽이치는 물굽이를 벗어났는가/

걱정 중에 걱정으로 있는데//

 

영결미사를 주례해 주신 루치오 신부님/

말씀하시기를/
헬레나 선생은 유택이거나 묘소이거나/

벼랑 같은/

비바람 치는 곳에 있지 않다고, 우리들 따뜻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십니다...... 나는 아직 병상 곁에서 1년여 보내면서/

여태 보내지 못하고 있어서/
나는 아침약 점심약 저녁약 시간대로 챙기고 있는 듯 아닌 듯/

그 약봉지 수북이 남아 있어서......”

 

거실, 아내와의 보금자리

 

“아내가 가고/

그 인생도 갔다//

 

상봉한주 47평형 아파트/
아내가 원해서 입주해 온 지 32년/
못 하나 만질 줄 모르는 남편과 함께/

리모델링까지 하고/

교수이자 시인인 그 이름이 호주였다//


빈 자리가 썰렁하다/

TV가 없으면 적막강산이다//

 

오늘은 스승의 날 하루 전/
대학에서 명예교수의 날이라며 오전 11시/

컨벤션센터로 나오라 한다//

 

나가볼까 나가서 그리운 얼굴들에/
그리운 한때 만들고 올까/
그리움은 아내 한 사람으로 가득하고 저녁이면/

아내를 위한 백일미사가 기다린다//

 

가슴이 있는가 설레기 시작한다”

 

김,금,자 선생

 

“원무과 수납계에서/

환자분 성함 화면에 적어 주세요/

네, 김 금 자 또박또박 필기체로 쓴다//

 

은행 창구에서 손님 성함 불러 주세요/
네 김, 금, 자 또록또록 말한다/

옆에서 듣는 사람이나 보호자로서 듣는 나는/

국어선생이 국어를 읽듯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회 교우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마다/
흑판에 김 금 자 헬레나라고 쓴다/

제7강 ‘사랑의 공동체’ 제목을 쓸 때도 공 동 체/

세 글자에 이름 이상으로 힘을 주어 쓴다/
이때 수강자들도 국어선생이 국어를 가르치듯이/

가르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는 때때로 나랏말씀이 듕국과는 달라 서로/
통하지 아니할 새/
이를 불쌍히 여겨 내 새로이 스물여덟 자를 맹그노니/

사람마다 해여 편하게 쓰게 함이라/
대왕의 뜻이 이렇다 함을 자주 뇌이며 /
대왕이 이때는 사람의 아들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아직도 몇 편은 더 소개하고 싶지만 마지막 고통이 밀려올 때도 선종, 선종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한 그 써늘한 순간이 떠올라 글판을 접을까 합니다.

영혼의뜨락2.jpg

 


  1. 크리스마스의 기억

    Date2024.12.19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46 file
    Read More
  2. 아내에의 고별시 몇 편

    Date2024.12.12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36 file
    Read More
  3. 절두산 순교 성지에서

    Date2024.11.28 Category시와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Views158 file
    Read More
  4.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Date2024.11.21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81 file
    Read More
  5.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3,44)

    Date2024.11.21 Category성경사목부 Views118 file
    Read More
  6. '그라치아 디 스타토'의 신비

    Date2024.11.14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71 file
    Read More
  7. 하느님이 만드신 것과 인간이 만든 것

    Date2024.11.07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59 file
    Read More
  8. 그물의 미학

    Date2024.10.31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7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7 Next
/ 5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