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는 시내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이 뭔가를 기대하게 하고 설레게 하는 마약 같은 음악이었다. 음악이 흐르고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들릴 즈음이면 길을 가는 낯선 이에게도 서로 눈길 인사를 전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교회의 아이들이 전깃줄에 모여 앉은 참새들처럼 성탄절이 왔음을 알리고 인사하면서 밤을 채워갔던 날이기도 했다.
연말이라는 의미와 함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그 시기에 거리에서는 반짝이는 조명과 네온사인들, 화려하게 꾸며 놓은 트리 그리고 풍요롭고 따뜻한 향기가 가득한 가게들로 거리를 방황하는 이들의 빈곤한 주머니를 흔들어 놓곤 하였다.
환한 불빛 속에 먹음직스럽게 익혀 놓은 호빵 찜기는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함께하였으면 하는 애착의 유혹이었다. 비록 헐떡이는 주머니 사정으로 망설이게 하였지만 바라만 보아도 풍요롭고 따뜻한 여유였다.
특히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성당에서 보내는 일탈의 밤은 괜한 즐거움과 들뜸의 연속이었다. 그런 중에도 크리스마스이브의 저녁은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설레는 약속도 잡아보고 괜한 계획도 세워보는 그런 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다.
돼지 저금통이 깨어지고 풋풋한 약속이 살아나는 시간. 첫사랑 약속들이 애잔한 가슴을 두들기는 시간. 뒤돌아본 지난날들을 감미하는 시간.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자선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거창하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라고 하기보다는 작은 필요의 느낌으로 필요한 이들을 생각하며 나누는 작은 마음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한다. 자 그마한 도움이라도 그들이 느낀 따뜻함이 나에겐 큰 보람으로 되돌아와 행복했다. 그런 지난 크리스마스는 나에겐 소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는 선물보다는 가족과의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이 더욱 귀하게 느껴져 왔다.
그런 모순된 나의 크리스마스를 이제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하려고 한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서로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려고 기억하려고 한다.
크리스마스는 축제가 아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연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나누는 시간이다. 가난한 이에게도, 마음 아픈 이에게도, 풍요로운 이에게도, 아이에게도, 성인에게도, 노인에게도, 모두에게 베풀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거나 못났거나 울 수조차 없는 이에게도 모두 사랑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주님의 은총으로....
그리고, 주님께서 전하는 Merry Christmas를 소리 내어 나누고 싶다.
✚ Merry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