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중 미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내가 성경교육봉사자로 부름받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지낼까? 취미생활, 여행, 그리고 여유있는 시간에는 이런저런 걱정과 잡다한 생각들로 나 자신을 들볶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지만 기쁘고 행복한 세계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내가 어떻게 교구 성경교육봉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회상해 보았습니다.
오래전 자녀가 상급 학교에 진학하자 우리 부부는 모 수도회에서 실시하는 시청각 통신 성서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바쁜 직장 생활로 충실하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이 말씀은 제가 성경교육봉사자의 길로 들어서는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중략-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10,14-17).
이후 먼저 퇴직한 남편이 성당에서 교구 성경공부를 시작했고 그 덕에 교구 성경교육봉사자들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가게 되었습니다. 동행한 봉사자들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지역명, 전례 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미사 전례 준비, 아침· 저녁기도 등을 맡아서 척척 해냈습니다. 그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아 나도 성경을 공부해서 봉사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퇴직 후 무엇보다 먼저 교구에서 운영하는 성경공부를 시작하였고 간절한 마음 하나로 성경교육봉사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양성교육반에 등록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성경교육 봉사자 교육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 말씀선포자로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와 함께 하시면서 어려운 고비마다 바른 길로, 선하신 주님께로 가까이 이끌어 주셨습니다. 긴 시간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공부하도록 준비시켜 주셨으며, 이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맡겨주신 것입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성경 공부, 교안 준비 등에 몰두 하면서 바쁘고 즐겁게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은총을 베풀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말씀을 잘 선포할 수 있도록 건강도 주시고 능력도 주시기를 청해 봅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매번 새롭게 참된 행복을 발견해가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형제, 자매님! ‘와서 보아라’(요한 1,39).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성경공부반에 ‘와서 함께 하시면서’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만나고 더불어 말씀의 선포자가 되십시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