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어머니의 연세는 95세다. 약 10년 전부터 치매가 있었지만 매일 아침 눈 뜨면 습관처럼 옷매무새를 다듬고 좌정하여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가족이 무탈한 것도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태 전만해도 동네 공중목욕탕은 물론 미용실도 혼자 가시고 주간보호센터에도 잘 다니셨다. 어머니께서는 손자들을 정성스레 돌보시며 집안일도 잘 챙기셨다. 그래서 40여 년을 한 집에서 같이 지내며 나는 직장 생활을 안심 놓고 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어머니의 친정은 불교 집안에 스님도 계시고 불공을 드리며 절에도 자주 다니셨다. 그러나 함께 사는 자식들이 가톨릭 신자가 되어 성당에 다니게 되자 한 집안에 종교는 같아야 된다고 하시며 아들의 권유에 따라 선뜻 천주교를 택하셨다. 하느님을 맞이하면서 이런 저런 핑계로 소홀히 하는 자식들보다 더 올곧은 마음으로 매일 기도하셨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는 주님의 말씀처럼 어머니의 일과는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치는 일상이었다. 평소 부지런한 어머니는 집 주변 공터에서 상추, 고추, 깻잎, 가지, 호박 등 모종을 심어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밭일을 하면서도 하늘과 땅에 감사하며 농작물을 가꾸시는 것 또한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근면한 생활 태도는 자식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었다. 또한 아들, 며느리의 축일도 잊지 않고 영적 기도로 간구하며 축복해 주셨다. 워낙 체구가 작고 병약해서 늘 약을 달고 살던 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몸이 강건해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90세가 될 때까지 경로당에도 즐겨 다니며 집안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꼼지락꼼지락 잘하셨다.
처음 입원했을 때만 해도 묵주를 돌리며 기도로 마음의 평화를 찾는 듯 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심해진 치매는 예전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가족의 일상생활이 힘들어져서 할 수 없이 요양원에 모시게 되자 늘 무거운 마음으로 뵙는다. 머리맡에 성모상과 손에 묵주를 쥐어 드렸지만 일상이었던 기도마저 잊은 듯해서 더욱 안타깝다.
예수님의 부활과 고난을 묵상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는 사순절을 맞이하여 나의 간절한 기도로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되길 바란다. 늘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주님 안에 머무르는 어머니를 위해 짧은 시로 내 마음을 전한다.
성화
어머니는 그믐달
망백을 훌쩍 넘어
손톱같이 좁은 길로
잠귀를 열어놓고
아직도 가닿고 싶은
별 하나를 찾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