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5.05.28 13:49

이웃을 사랑하라

조회 수 125
Extra Form
저자 황정식 베드로 수필가 / 가톨릭문인회

이웃을  사랑하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그 어떤 성경구절보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많이 회자되는 말입니다. 특히 가톨릭신자들에게. 하지만 얼핏 생각하면 사랑과 이웃은 어쩐지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첫째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아내를 사랑하며 둘째 내 아들과 딸을 사랑하고 나아가서 내 부모님을 공경하고 내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감정과 순리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웃을 사랑하라면 일단 멈칫하고 주저되는 것이 솔직한 나의 실상이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통념상 이웃이란 남이란 생각부터 먼저 드니까요.

 

그러나 곰곰이 이성적으로 나와 남을 연결해 보면 이웃이나 남이 전혀 나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우리가 남이가? 하는 반어법적 표현은 서로간의 친근감을 나타내고자 함이지만 그 말의 근원을 거슬러 따져보면 우리가 같은 조상의 한민족이니까 분명히 남이 아니지요. 그러니까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로 귀결될 수가 있지요.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 사랑은 그것과는 결이 좀 다르지 않나 합니다. 성경의 하느님이 말씀한 이웃 사랑은 국경을 넘나드는 광의적이고 보편적인 사랑, 인류애 또는 인간애를 뜻하니까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인간애 이른바 인정이라 할까요.
 

내 아내는 오지랖이 좀 넓습니다. 밀양에서 감밭과 밭농사를 짓는 큰딸이 집에 올 때마다 농산물인 고추 오이 가지 그리고 푸성귀를 바라바리 박스에 담아 차에 싣고 와서 풀어 놓습니다. 우리 가족이래야 우리 내외와 작은딸 셋인데 우리가 먹을 양을 뻔히 알면서 몇 곱절이나 더 가져오니 내 아내는 이웃에 나눠주지 않고는 처치 곤란이지요. 모전자전이라고 아내를 닮은 큰딸은 가톨릭신자답게 이웃에 선심을 많이 쓸 요량으로 가져온 거지요. 내 아내 역시 신명이 나서 우리 양 이웃집과 건너 집에 이어 또 건너 집, 하여튼 우리 집 근처에 거의 집집마다 나눠주기에 바쁩니다.
 

특히나 늦가을 감이 다 익어 딸 무렵에는 이웃에 감 나눠주기에 내 아내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큰딸 집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것 외는 몇 접을 따 와서 풀어 놓고 갑니다. 단감이라 오래두면 물러버려 홍시가 되어 버리니까 우리 식구 먹을 만큼만 내 놓고 어서 이웃에 나눠주어야 합니다. 그때는 방관자인 나까지 동원되어야 할 지경입니다.
 

우리 집과 같은 담인 왼쪽 집은 집주인이 살지 않고 전체 세를 놓은 집이라 그런지 그 집 대문 앞과 거리에는 노상 쓰레기가 흩어져 있어도 아무도 치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그 집과 우리 집 경계점에는 그 집 세든 사람들과 이웃사람들이 갖다 내놓은 생활쓰레기로 가득 찹니다. 물론 생활쓰레기규격봉투에 넣은 것이긴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봉투를 물어뜯어서 내용물이 흘러나와 있는데다가 행인들이 버린 담배꽁초, 휴지, 일회용 팩 등으로 혼잡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내가 빗자루로 우리 집 규격봉투에 쓸어 담아 넣어 버립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웃이 원망스러워 내 입에서 욕이 나오려합니다. 그 순간 내 뇌를 스치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
“오, 가드!” 하느님이 나에게 맡기신 일이라면 무엇을 망설이랴.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웃.gif


  1. 살과 피, 생활 속의 신앙

    Date2025.06.18 Category성경사목부 Views40 file
    Read More
  2. 대부와 대모

    Date2025.06.11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93 file
    Read More
  3. 스승의 날을 보내고

    Date2025.06.02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47 file
    Read More
  4. 이웃을 사랑하라

    Date2025.05.28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125 file
    Read More
  5. 동방의 베드로, 이승훈

    Date2025.05.28 Category시와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Views112 file
    Read More
  6. 내가 찾은 밝은 빛

    Date2025.05.22 Category성경사목부 Views50 file
    Read More
  7. 기후 유권자, 지구를 위한 한 표

    Date2025.05.22 Category탄소중립 Views44 file
    Read More
  8. 감사 인사

    Date2025.05.22 Category영혼의 뜨락 Views50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6 Next
/ 5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