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던 때 우연히 발견한 책은 좀 특별했다. 오래전 서점에 갔다가 모퉁이에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쏙 들어왔다. 주홍빛 속지에 자유롭게 편집된 세련된 감각.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존 포웰, 자유문학사, 1985) 이 제목은 내게 진솔한 답을 해보란 듯 품에 안겼다. 그리고 이 질문에 사로잡혀 오랫동안 느리게 읽게 된 책이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도 어렵고 심리학을 조금씩 이해하고 자유롭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빛바랜 책은 나를 일깨우며 사랑을 곱씹게 했다. 읽고 또 읽어도 그 여운은 참 깊다.
“벽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또 벽 밖으로 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까지
당신은 절대로 벽을 쌓아서는 안 된다.” (존 포웰)
나는 명확히 알지 못하면 혼자 끙끙대며 헤맨다. 과연 무엇을 받아들이고 내버리고 있는지 몰라 늘 조심스러웠다. 무엇보다 벽에 막힌 삶은 생각만 해도 답답했다. 편견 없이 누구와도 소통되면 더 편하고 이해심도 생겨 자유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큼직한 천에 이 문장을 써놓고 바라보며 자꾸 되물었다. 덕분에 삶에 더 소중한 것을 조금씩 깨닫고 선택하며 소심함을 여는 연습을 계속했다. 새침한 성격도 변해 많은 일에 도전도 했다. 그렇게 젊은 날에 두려운 마음도 움켜쥐고 펴가며 천천히 배워갔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싶지만 힘들 때도 많았다. 돌아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와 두려움에 주춤거려 자신 안에 갇힐 때가 있다. 그 두려움을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요즘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가르치나 정작 혼자서 해보면 쉽질 않다. 나도 오랜 시간 그 일렁임을 겪었다. 그 힘겨움에서 벗어날 쉬운 방법이 있다면 찾고 싶다.
얼마 전 자료를 검색하다 ‘영성독서모임’을 통한 문화영성 프로그램을 본당별로 확장하고 있는 타 교구 소식에 눈이 번쩍했다. 가톨릭 평신도 활동으로 개인 성화를 돕기 위해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방법이 궁금해서 나도 영성독서지도 6주 과정에 참여했다.
함께 모여 다양한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며 자기 이해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부족한 영성 깊이를 맛보는 모임 덕분에 책도 매주 한 권씩 쉽게 읽어냈다.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읽어낸 소감을 듣다 보니 배울 점이 많아 좋았다. 여러 본당에서 모여든 다양한 신자들의 진지함과 영성독서를 체계적으로 배우려는 열정도 빛났다. 책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친해졌다. 첫날 자신에게 영향을 준 영성도서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 설문지를 작성하다 그 오래된 책이 또 생각났다. 집에 와서 책장을 뒤져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뒷장에 적어 놓은 소감을 차례로 읽었다. 내 삶의 변곡점마다 일깨움을 준 감동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1986년 12월, 2004년 1월, 2014년 1월, 2022년 2월- 반복해서 읽고 새롭게 시련을 넘겨 성장하고 성숙해진 마음도 보였다. 왜 이 책을 그토록 오래 반복해서 읽었나? 돌아보니 책은 내 모습을 비추고 되비춰 끊임없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빛은 두려움을 넘어 사랑과 평화로 깊숙이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