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5.07.30 10:37

‘현재 가진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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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나윤 데레사 수필가 / 가톨릭문인회

인명은 재천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건강관리는 하는 편이다. 걷기 위주의 운동에서 근력 강화를 위해 헬스 PT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낮에는 이미 뜨거운 기운이 대지를 감싸기 시작할 무렵, 컨디션이 더위를 먹었나 싶었다. 거기에 마음의 강한 충격파가 더해지면서 면역기능이 떨어졌나 보다. 여름철에 잘 걸린다는 대상포진이 이때다 싶어 내 몸에서 활성화되었다. 다행히 통증 없는 가벼운 증상이지만 초기에 치료를 잘하기 위해 며칠 병원 신세를 졌다. 입원실과 병원 옥상 산책로에서 만난 몇몇 환자들을 만나면서 귀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70대 초반의 한 환자는 대상포진으로 무려 세 번이나 극심한 통증을 겪었단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나중에는 모르핀까지 맞았단다. 또 다른 분은 60대 중반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담낭암 말기로 투병 중이었다. 


그분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가끔씩 잔병치레로 힘들어하는 내 삶이 오히려 감사했다. 늘 건강관리를 하면서 사는 건 건강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는 것 같았다. 소소한 증상들로 병원에 가고, 건강에 관해서는 겸손하게 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마음이나 몸이 아픈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만큼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겪어본 만큼의 이해 수준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로 인해 가족들과 주변 이들에게 더러는 민폐도 끼쳤을 텐데, 여전히 내 곁에 머무는 이들이 새삼 미안하고 고마웠다. 잔병치레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기에 지난 35년간 직장 생활, 사업까지 해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에너지를 120% 쓰며 산 것 같다. 대상포진은 내게 몸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부터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힘들면 쉬고, 어려우면 안 하고, 불편함을 굳이 견디지 마라”라고 외치는 듯했다.


누구든지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삶의 순간순간을 ‘기쁨과 감사 기도’로 채워야 함을 새삼 느꼈다. 주변 신자들을 보면 신앙에 온 영혼과 몸을 담고 세상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나의 경우 세상에 몸과 마음을 담고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었다. 신부님의 주옥같은 강론도 새들이 쪼아 먹고, 가시밭에 떨어져 버리기 일쑤였다. 성경공부를 하고 나서야 미사 시간에 독서 내용이 이해가 되고, 성경을 바탕으로 한 신부님의 강론도 가슴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요즘은 말씀의 씨앗이 좋은 밭에 떨어지도록 가시덤불이 있던 자리를 좋은 밭으로 만드는 중이다. 세상의 걱정, 잡목들을 하나하나 뽑고 있다. 입원 기간에 병원 옥상 산책로를 걸으며 묵주기도를 하고 묵상했다. 살아오면서 뒤돌아보면 아쉬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그 시간들조차도 그때는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했다. 


무엇보다도 ‘현재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항상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라”라고 하느님의 뜻을 전한 목소리가 내게도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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