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입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바둑 9단, 세계 랭킹 1위였던 천재 기사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다섯 번 대국에서 단 한차례의 승리만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융복합 첨단과학의 산물인 인공지능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이라도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어디까지이며, 그 발전의 끝은 어디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인공지능 기술을 인간 생활에 접목하였을 때, 그 이점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도 분명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의 학습, 추론 및 지각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컴퓨터 과학의 한 분야로 정의된다. 정보공학 분야에 있어 하나의 인프라 기술이며,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가지고 있는 지능 즉, 자연 지능(Natural Intelligence)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며, 인간의 지능을 기계 등에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 생활에 다양한 편리함과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인간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믿는 신앙에는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결코 육안으로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믿는 천주교는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세상 창조와 말씀의 종교이다. 하느님은 시간과 공간, 인간과 만물을 창조하였으며,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이 또 다른 피조물인 인공지능을 개발하였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역으로 창조주의 섭리를 완전하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본질과 비본질, 근본과 파생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며, 주목해야 할 점은 인공지능은 단지 형이하학, 즉 하나의 피조물인 물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성경의 말씀에는 갖가지 비유와 역설이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과연 이러한 윤리적이고 신앙적인 영역까지 해석해서 판단해 낼 수 있을까. 우리는 과학기술의 산물인 인공지능을 어느 정도 신앙생활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방대한 역사적 사실 자료의 수집, 사회적 동의가 전제된 객관적 판단 등에는 분명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의 활용도 무한이 아니라 일정 영역으로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신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성만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 그 자체라는 것이다. 고도의 신앙적 가치판단 영역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아직도 우리는 삼위일체, 성령의 존재 등을 인간의 오랜 경험과 이성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