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돌아와야 한다. 아직은 위험해” 꿀벌에게 말한다.
낮 기온이 봄처럼 오르자 꿀벌들이 휘 휘 휙 하늘 높이 솟구친다. 하늘로 비상하는 작은 날개가 푸른 햇살을 받아 별이 되어 반짝인다. 넋을 잃고 바라보다 계절을 일탈한 겨울 기온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집 나간 벌들이 모두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겨울은 그냥 추워야 좋다. 봄 같은 겨울은 힘들 뿐이다.
그해 봄도 때를 거슬러 왔다. 삼월이 되자 산수유도, 벚나무도 예년보다 일찍 꽃을 피웠고, 사월부터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태양은 계산 없이 시간을 재촉하였다. 아카시 꽃향기가 숲에서 마을로 내려오면서 나는 몽유병 환자처럼 밤잠을 설쳤고, 동이 트자마자 숲으로 달려가 아카시 향을 허겁지겁 들이켰다.
아카시 꽃이 절정으로 갈 무렵이었다. 밤새워 뒤척이다 신새벽에 눈을 떴다. 들뜬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나선 순간, 지붕을 덮은 은빛 이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오뉴월에 서리가 내렸다. 새하얀 서리가. 탐스럽던 꽃은 꽁꽁 언 서리와 함께 녹아버렸고 그해 농사는 하룻밤에 끝나 버리고 말았다.
겨울 시간은 빠르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숲에 그늘이 들어차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무사히 돌아온 꿀벌들 중에도 몇몇은 끝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에서 체온이 떨어져 의식을 잃는다. 차갑게 굳어버린 꿀벌들을 손바닥에 주워 모아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는다. 후우 후, 후우 후. 온기가 주먹 안을 채우면 다행히 체온이 오른 벌들은 꼬물거리며 깨어난다.
“괜찮아? 그러게 뭐랬어. 위험하다고 했잖아.”
“응, 고마워. 이제 겨우 힘이 나네. 어쩔 수 없어. 이게 우리 삶인걸.”
“밤에는 엄청 추울 건데 이 몸으로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 밤은 식구들 온기를 끌어안고 견디면 문제없어.”
하룻밤에 망쳐버린 농사에 망연자실하여 좀비가 되어버린 그때도 아내는 말없이 온기를 나눠주었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에게 어떤 낙관도 절망도 말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시듯 하느님은 침묵으로 그 시간을 견뎌내도록 허락하셨다. 우리에게는 그 안이 가장 안전했고 우리는 그 안에 있어야 했다. 겨울을 묵묵히 견뎌낸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나는 천천히 덤덤하게 하루하루를 다시 만들었다.
겨울 해가 산을 넘자마자 숲에는 서둘러 어둠이 깔린다. 얼음 같은 바람이 새어들지 못하도록 하나하나 문을 닫아주었지만, 벌통에 닿은 시선을 쉽게 걷어내지 못하고 읊조린다. 오늘 밤도 다들 꼭 끌어안고 서로의 온기로 견뎌내라고. 그래서 꼭 함께 봄을 맞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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