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 전사前史 33

거제도 교우촌 (2)

 

거제도와 천주교의 인연은 1801년부터 시작된다. 신유박해로 두 분의 교우가 이곳으로 귀양 왔기 때문이다. 황사영의 모친 이윤혜李允惠와 유항검의 따님 유섬이柳暹伊다. 황사영黃嗣永은 박해로 폐허가 된 조선교회 실정을 비단에 적어 외부에 알리려다 발각되어 순교하신 분이다. 황사영 백서帛書사건이다.

유항검柳恒儉은 호남의 부호富豪로 지역 교우들의 대부였다. 동정부부 이순이(李順伊 루갈다)는 그의 며느리다. 박해가 일어나자 제일 먼저 체포되어 순교했고 가족들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나이 어린 세 자녀는 유배되었는데 유섬이는 거제도로 귀양 왔던 것이다. 당시 9살이었다. 

이들은 양반이었기에 기록이 남았다. 기록은 없지만 중인 신분이나 평민에 속했던 교우들도 함께 거제도로 왔을 것이다. 유섬이는 아홉 살이었다. 혼자 올 수 없는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신분을 감춘 교우들이 함께 귀양길에 올랐고 멀리서 지켜보며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어디에서 살았을까? 알 수는 없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귀양 온 사람들은 거제 관아官衙 감독 아래 있어야 했다. 그러니 지금의 거제면 소재지에서 먼 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사등면이나 둔덕면 일대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사등면沙等面 사곡리에는 두동豆洞 마을이 있다. 콩이 연상되는 마을 이름이지만 실제는 아니다. 옛 지명은 팥 골이었다. 거제 지명은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한문 표기되는데 일본인들이 팥 골의 팥을 콩과 연관시켜 두동이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팥 골은 밖 골 즉 바깥 고을의 변형이었다. 다시 말해 거제 관아 바깥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서울의 서소문 밖이나 마찬가지 의미다.

아무튼 두동마을은 지금도 거제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다. 이 골짜기에서 귀양 온 사람들이 관아의 감시를 받으며 살았을 가능성은 높다. 한편 사등면 모래실沙谷里에는 전주全州 이씨들이 많이 살았으며 세도를 부렸다는 기록도 있다. 왕가王家에 속했던 그들이 거제도에 살고 있는 것은 귀양 온 사람들의 후손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두동마을에는 거제본당 소속의 공소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1902년 시작되었다. 120년이 넘은 공소다. 아마도 교우들은 훨씬 이전부터 살았을 것이다. 그들의 뿌리는 피난 교우들이다. 귀양 온 사람들의 영향으로 교우가 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 둔덕면屯德面은 옛날 이곳에 둔전屯田이 있었기에 붙은 이름이다. 둔전은 군인들을 위한 물자(軍需品)와 지방 관청의 운영경비 조달을 목적으로 설정된 토지를 말한다. 이렇듯 둔덕면은 이전부터 거제 관아와 특수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 건국 후 고려의 왕족들이 거제 둔덕으로 귀양 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고려 정중부의 난亂 때 당시 임금이었던 의종毅宗도 거제도로 유배되었는데 이곳 둔덕면이었다. 남아있는 흔적이 면 소재지 인근에 있는 패왕성霸王城이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둔덕면 일대에도 귀양 온 교우들이 살았을 가능성은 높다.

이렇게 신유박해는 순교자의 가족이 거제도와 연을 맺도록 했다. 그들의 소식은 어떤 형태로든 알려지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 피난 교우 지도자 중에는 몰락한 양반들이 많았기에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 순교자의 후손이 거제도에 있었기에 피난 교우들도 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병인박해와 무진박해를 거치면서 서서히 차단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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